오래도록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는 글
나는 어제 생에 최초로 놀이동산 연간회원권을 구입했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1990년대에 에버랜드를 종종 방문하기는 했지만 연간회원권을 갖고 있진 않았다. 내 기억에 에버랜드 연간회원권은 경제적으로 꽤나 여유 있는 집의 아이들만 가지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약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어제 아내와 함께 대구 이월드의 연간회원권을 구매했다. 27개월 아이의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채워주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이자 방법 중 하나였다.
대구에 놀이동산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것이 두류 공원과 83타워 옆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사실 뭐 특별한 게 있겠어?라는 생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지인에게 이월드가 아이들이 놀기에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가보자 하며 통신사 할인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하여 입장하였다.
놀이동산은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부지가 에버랜드처럼 넓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니기 좋았다. 그리고 최근에 에버랜드에서 판다월드나 사파리 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약간의 서글픈(?) 느낌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이월드는 시설들이 꽤 오래됐지만 그래도 입장객들의 추억과 편의를 위해 꽤 신경 써서 운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가족은 점심으로 피자를 먹고, 회전목마와 아이용 롤러코스터를 타고, 동물농장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는 연간회원권을 구매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게 방문 당일 연간회원권까지 구매한 우리는 잠시 단잠에 빠진 유모차의 아이와 함께 놀이동산에 재입장했다.
재입장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가 타고 싶다고 했으나 아직 타지 않았던 케이블카(스카이웨이)를 타기 위함이었다. 아이가 잠에서 깰 때까지 공원 내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아이의 기상과 함께 스카이웨이를 타고 83타워로 올라갔다. 83타워에 특별한 볼일은 없었지만 스카이웨이를 타야만 했기 때문에 83타워를 가게 됐다. 시간을 보니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았다. 결국 83타워 내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놀이동산의 불꽃놀이 행사 시간이 다가왔다. 결국 다시 놀이공원으로 내려와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오후 8시가 되자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펑. 펑. 약 5분간의 불꽃 높이는 꽤 근사했다. 그리 길지 않았지만 성의가 느껴지는 불꽃놀이였다. 아이가 집중해서 보는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다. 행복했다. 아이는 나중에 이날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기억 속에는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다. 생에 최초로 놀이공원 연간회원권을 끊은 이날을, 평소에 좋아하던 회전목마를 발견하고 신나 발을 구르던 아이의 모습과 그 아이의 손을 양쪽에 쥐고 있던 우리 부부의 장면을, 오래도록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