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내'가 아니라 '너'인 이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by 어쩌다여공

싱숭생숭한 인사철이 다가온 모양이다.

인사 발령은 언제나 희비가 엇갈린다. 모두가 똑같이 '승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의자 빼앗기' 게임 마냥 자리는 한정적이다. 누군가 잽싸게 의자를 차지했다면 누군가는 넘어지거나 바닥에 주저앉아야 한다.


계급 간 사다리 이동은 선택받은 자의 몫이다. 마음에 큰 고통과 상처를 얻은 자가 있지만, 입신양명의 기회를 얻고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자도 있다.


인사가 나면 으레 축하와 위로의 말들이 오가고, 그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카더라' 복도 통신이 발 빠르게 퍼진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소식은 이미 세 사람 정도 거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좋은 이야기는 굳이 익명에 기대 숨어서 할 필요가 없으니, 복도 통신은 주로 사내 스캔들이나 인사 후일담 등 누군가를 욕하거나 흉보는 얘기들이다. 왜 승리의 여신이 그들을 향해 승진이라는 달콤한 보상을 준 건지 납득을 하지 못해 검증되지 않은 썰을 푸는 복도 통신원들의 온갖 가설이 난무한다.


"재는 A 임원 집안이래."

"저 사람은 B 간부가 잘 봤다던데"

"C는 어디 학교 출신이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이야기는 '좋아요' 백만 개를 받고도 남을 만큼 공감을 받고 기정사실이 되어 버린다. 잘된 일은 듣고 흘리지만, 안 좋은 소문은 안줏거리가 되어 두고 두고 씹힌다.


인사는 기준이 법에 정해져 있거나 일관된 룰이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라 인사권자의 마음이란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엿장수 마음대로 아무나 승진을 시키지는 않는다.


수평관계에서 동료 간 평가 기준과 수직관계에서 상사가 직원을 평가하는 기준은 엄연히 다르다. 날고 긴다는 특출난 한두 사람을 제외한 보통의 사람들은 다 비슷하다.


고만고만한 사람 중 윗사람들이 볼 때 다방면에 소통이 능하고, 상사와 잘 융합되고, 미세먼지 같은 존재감일지언정 뇌리에 각인돼 있다면 그 사람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아주 작은 차이다. 그러니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거나 자책할 필요도 없다.


온 우주가 도와서 어떤 필살기로도 이길 수 없는 관운이 뛰어난 사람이 승진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고 정신건강에 이롭다.


솔직히 말해 "왜 하필 저 인간이야?" 하는 마음으로 사촌이 땅을 사 배 아픈 심정이라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저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선택받은 자들은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다.


'~카더라' 통신을 마구잡이로 양산해낸들 분이 풀리고 위로가 될 리 없다. 어차피 인생사 새옹지마 아닌가! 빨리 잊고,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게 멋져 보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누가 승진을 했는지, 내가 왜 안됐는지 분했던 심정도 길어야 6개월이다. 차라리 불필요한 감정 소비 보다 현실을 빠르게 인정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