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운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므로, 가사도우미 (헬퍼) 관련 내용이 불편한 분들은 읽지 않으시길 권장드립니다.
싱가포르에 온 지도 7년이 되었습니다.
<선 넘은 여자들>에도 저 포함 많은 분들의 에피소드에서 헬퍼(입주 가사도우미)가 언급되는데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일하는 워킹맘들에게 헬퍼 제도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물론, 헬퍼 없이도 맞벌이를 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분들도 있으니,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이 경우엔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가정처럼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는다든가, 부모 중 한 명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든가, 일부의 상황에만 국한된다고 보여요.
저는 첫째 아이가 세 돌쯤에 남편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했어요. 그리고 첫째가 만 4살 무렵 둘째를 임신했고, 그때 이후로 헬퍼를 고용하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헬퍼와 지낸 지 5년 정도 되었네요. 그 과정에서 각각 너무나도 다른 세 명의 헬퍼를 고용했고, 그녀들과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어요. 나름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가 도달한 결론은 무엇일까요?
바로 “남의 집 헬퍼 일에 토를 달지 말자”입니다.
우리가 보통 정치와 종교는 논쟁의 여지가 많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견해차가 있더라도 개인의 가치관을 존중해 주는 쪽으로 사회가 많이 성숙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난 이후엔, 아이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남이 함부로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란 것을 배웠어요. 모든 아이는 다르고, 모든 부모는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쟤는 부모가 제대로 훈육을 안 해서 저래’라는 말처럼 성급하고 폭력적인 발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헬퍼를 고용한 이후로는, 집집마다 가치관과 상황이 다르기에 헬퍼와 지내는 모습도 아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그렇기에 내가 5년, 10년 헬퍼를 고용했어도 다른 사람에게 헬퍼와 관련하여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아무리 헬퍼와 산전수전(?)을 겪었다고 해도, 이는 지극히 내 경험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주변 지인들은 - 특히 헬퍼 고용이 처음인 경우 - 헬퍼를 구하는 방법에서 시작해서 음식을 나누는 것, 근무시간, 보너스 등등 제게 조언을 구하고는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5년 전 헬퍼를 처음 구하면서, 막막한 마음에 친한 언니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던 것이 기억나요. 지금도 여전히 헬퍼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싱가포르 워킹맘 단체방에 질문을 올려 의견을 구하곤 합니다.
이쯤 되면 이 질문들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백점만점 헬퍼는 과연 어떤 헬퍼일까요?
백점만점 헬퍼는 존재하기는 한 걸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도 아직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적어도 우리가 ‘최악의 헬퍼’를 피하는 노력은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세 명의 헬퍼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점점 제가 ‘최악의 헬퍼’를 피하기 위해 후보군을 추리는 방법도 조금씩 다듬어졌어요. 물론 헬퍼를 고용한 이후에 그 헬퍼와 적어도 계약기간 동안 큰 트러블 없이 잘 지내는 방법 또한 고용과정 못지않게 중요하겠죠.
“싱가포르에서 백점만점 헬퍼 구하는 방법” 시리즈에선, 제가 그동안 헬퍼들과 겪은 일들과 그 과정에서 제가 얻은 꿀팁들을 공유하도록 할게요.
## 다음 이야기 :
Round #1 첫 번째 헬퍼 - 눈치제로 발랄한 그녀
Round #2 두 번째 헬퍼 - 차가운 능력자
Round #3 세 번째 헬퍼 - 평범해 보이는 최종보스
#헬퍼구하기 /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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