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말을 싫어한다. 작품 앞에 서문을 주저리주저리 적은 작가들을 참을 수가 없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세상과 상대하는 사람들이다. 서문을 적는다는 것은 작품 속에 자신을 다 담지 못했다는 뜻이고 작품 속에 자신을 다 담지 못한 사람은 진정한 작가가 아니다. 이를테면 전력투구 하지 못한 것이다. 서문은 그것에 대한 변명일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기에 앞서 군말을 적는 까닭은 우선 나는 작가가 아니고 작가가 될 자질도 없으며 작가가 되고 싶은 지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즉 나는 작품에 대한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는 특권을 누린다. 나는 내가 군말을 적고 싶으면 언제까지고 군말을 적을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지을 죄에 선행하여 변호부터 시작하겠다.
아버지, 저는 예술에 대하여는 지독할 정도로 무지합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느낄 수 있는 영혼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창조물을 보고 웃음 짓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