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마무라 Jan 18. 2024

독일 정통 "게르만 사운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크리스티안 라이프 지휘)

‘German Sound’를 정립한 베토벤의 곡을 두 개나 들려주었으니 그 사운드를 ‘지독스럽게’ 완숙시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표작이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는 지도 모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난해한 곡의 8할은 악장인 Florin Iliescu가 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다. 특히 ‘피안의 세계론자에 대하여’ 그리고 ‘춤곡’ 부분에서의 독주는 콘서트홀을 전율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건 사족이지만 이번 792회 정기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이 차라투스트라 교향시를 선곡한 까닭은 Florin이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제1악장으로서 지난해 12월 이 곡을 연주를 한 바 있어 자신의 레퍼토리로서 완전히 섭렵했고, 지휘자 라이프는 예전에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와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을 공연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독일 후기 낭만파의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생각돼 악장과 지휘자의 콜라보를 전체 악단이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혹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위버멘쉬, 즉, 초인 사상은 그의 초중기 저작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에서부터 후기 저작인 ‘안티 크리스트’에까지 두루 걸쳐 드러난다. 그러나 이들은 철학서인 바 니체의 문학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이들 사상을 소설로 집대성한 것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다. 사실, 여기에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있다. 니체는 ‘바그너의 경우’에서 음악을 논하며 자신이 예전에는 바그너에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홀렸지만’ 초인 사상을 성숙시킨 이제는 바그너의 음악과 ‘결별’했고 위버멘쉬 사상에 맞는 가벼운 놀이 같은 비제의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사람들을 무리 째로 홀리게 만드는 바그너 특유의 ‘German Sound’의 위험성을 감지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바그너의 선율이 사람의 심중을 무의식적으로 조종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었다. 니체의 우려는 옳았다. 실제로 바그너는 반유대주의 성향을 드러냈고 그 점을 마음에 들어 한 히틀러는 자신의 나치 정권의 전체주의적 선전과 선동을 위해 전당대회에서 그 유명한 ‘트리스탄 코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그너에 크게 영감을 받고 ‘German Sound’를 집대성한 독일 후기 낭만파 출신의 작곡가 슈트라우스가 니체의 사상을 앞세운 교향시를 작곡하다니. 니체가 살아생전에 이 곡을 들었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바그너의 후예라고 싫어했을까? 

글쎄,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니, 못했을 것이다. 음악 역사상 가장 장대한 서주인 ‘일출’을 듣고서 반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신을 죽인 니체라도, 슈트라우스에게는 탄복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맨발의 피아니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