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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마무라 Jan 17. 2024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 1

2024.1.10 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

1월 10일에 다녀왔다. 22년 2월에 이은 근 2년 만의 내한이었다. 짐머만은 연간 50회 정도로 공연의 횟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로는 매 회마다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사람들은 그런 점을 생각하며 그가 대단히 프로페셔널하다고, 그러니까 직업의식 (혹은 관객에 대한 예의나 직업윤리)가 투철하다고 높이 평가한다. 돈보다는 예술성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얼마 안 되는 숫자의 공연 중 일부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점은 국내의 팬들로 하여금 짐머만을 더욱 사랑하게끔 한다. 예술가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아마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Thank you 일 것이고 한국 팬들은 그에게 여한 없이 그렇게 말할 것이다. 에크하르트 수사의 말이 떠오른다. “평생 동안 한 번 한 기도가 ‘감사합니다’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예술가를 신격화하는 불건전한 경향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의 작업은, 그것의 장르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범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초?) 자연적 방법론(method)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그가 이러이러했고, 저것은 어떠어떠한 의도를 갖고 이루어졌으며, 그것은 저러저러하게 만들어졌다”라고 주야장천 하품이 나올 정도로 떠든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정도인 일반인인 나도 감상을 적을 때 그런 수준의 이해에 그친다. 그러나 예술가의 작업을 눈앞에서 목격한다면 – 짐머만의 연주를 직접 본 것처럼 – 그런 이해가 헛수고임을 절감한다. 예술가 또한 작업에 있어서 냉철한 이성을 요할 때가 있겠지만 그들은 말로는 설명불가한 직감과 직관에 따라 행위한다. 

그렇다고 예술가에게 인간적인 면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주로 지극히 현실적인 면인 돈과 연관되어 있다. 결국 예술가도 밥을 먹고살아야 하는 존재이니까. 혹은 끼니를 걱정할 정도를 벗어났다 하더라도 더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를 바라는 탐욕스러운 인간이니까. 짐머만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공연 장소인 롯데콘서트홀에 두 시간 일찍 갔는데 나를 처음 반겨준 것은 레코딩 CD와 헨레판 악보였다 (프로그램북은 사실 관객도 요하는 필수적 ‘상품’이고 관례적 형식이니 너그럽게 넘어가자. 게다가 몇 년 동안 오천 원에서 가격이 오르지 않아 비교적 싸니까…). 레코딩 CD가 정말 즐비했다. 그것을 나쁘게 본다는 것은 아니다. 기념으로 – CD 시대는 갔으니까 실제로 듣지는 않을 것이므로 말 그대로 기념품 정도로 – 사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예술만 추구한다던 슬로건을 건 예술가가 현실에서의 이해타산적 이면을 보여준 것 같아 조금은 서글펐다. 피안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 중 하나였던 것 같던 짐머만도 장사를 하다니, 환상에 금이 갔다. 그리고 대관절, 자기 리사이틀에서 헨레판 악보는 왜 팔았던 걸까. 그것도 5만 원이 넘어가는 거금을 요했다. 자필 사인한 헨레 악보를 팔았다는 소문이 들리긴 했으나, 그냥 프로그램북에 해줘도 되었지 않았을까.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찾아보니 리사이틀의 후원자 명에 헨레가 떡하니 적혀 있었다. 아마도 후원의 조건으로 자기네 상품을 팔아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또한 짐머만은 이번 리사이틀을 한국에서 6회(부산 1회, 대전 1회, 대구 1회, 서울 3회) 개최했는데 이는 상식선에서 외국 아티스트로서는 너무 많은 숫자이다. 심지어 12월 27일부터 1월 7일까지 체류했다. 짐머만이 한국을 사랑해서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어쩌면 짐머만이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한 물 갔다는 식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유자 왕과 다닐 트리포노프 같은 피아니스트들의 시대니까. 게다가 프로그램 중 초반 4곡이 쇼팽의 녹턴으로 너무도 많이 연주된 곡이라 한국에서 ‘날로 먹으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

그러나 리사이틀 관람 후, 이런 생각은 전부 사라졌다.

본격적인 연주회에 관한 감상은 다음 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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