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행, 특별한 경험

(에세이) 때늦은 신혼여행

by 황윤주

몇십 년 전 어느 여름날.

남편과 내가 때늦은 신혼여행을 가게 되었다.


결혼 당시 남편은 군 복무 중이었고 계급은 이병이었다.

휴가는 2박 3일이라 결혼식 전날 나와서 결혼식 다음날 복귀해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 후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제대 후에도 녹록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인해서 제대 한지 한 달 만에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제대하고 정확히 한 달 후에 인천에 있는 모 자동차 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우리는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회사에서 장기 근속자에게 주어지는 여행 상품권이 나와서 때늦은

신혼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우리에게 더 없는 소중한 기회였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여행 장소는 필리핀 마닐라였다.

처음 가는 외국 여행이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탓에 여행사를 끼고 갔었다.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를 탔다.

설렘반 기대반으로 도착했을 때는 열대성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이드 안내에 따라서 마닐라 공항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호텔 안에서 내다 보이는 야경이 정말 멋있었다.

물론 함께 여행하는 일행들도 있었다.

그다음 일정은 이멜다 여사의 별장으로 이동을 하였는데 주변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었다.

천정에는 도마뱀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곳에서 보트도 타고, 바비큐를 먹었는데 정말 이색적이었고 우리 입맛에도 딱 맞을 정도로 맛있었다.

밤에는 현지인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술집에서 간단히 한 잔 하며 분위기에 취해 보기도 하였다.

마지막 코스로 <팍상한 폭포>를 갔었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을 맛보았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폭포를 갈 수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가는 곳은 양옆으로 경치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참 배를 타고 가는데 강물의 깊이가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우리가 타고 있는 상태에서 두 사람이 배를 들고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배 무게만 해도 상당한 데다 우리 두 사람의 몸무게까지 더해지니 오죽 무거웠을까.

그럼에도 그분들은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그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최선을 다하였다.

우리는 안절부절못하였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미안했던 기억이 역력하다.

물론 그분들은 생계를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폭포를 맞고 난 후 처음 출발지로 이동을 하는데 나무로 만든 소와 돌고래를 내밀고 사달라고 하였다.

소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상징과도 같다고 하였다.

다소 비싼 감은 있었으나 그들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사 주었다.

그것은 우리의 여행 기념으로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나는 가끔 우리 아이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그때의 경험을 얘기하곤 한다.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행복한 여행이었다.

그동안 쌓였던 답답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우리와는 다른 생소한 문화를 접하면서 내가 처한 환경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열악한 환경에도 환하게 웃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그 나라 사람들의 면모를 느끼고 배웠다.

꾸밈없는 순수한 자연이 좋았고,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신비감이 좋았었다.

우리와 다름 속에서 새로운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보면서 넉넉함도 배웠다.

내가 처한 환경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는지 그 면모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잠깐잠깐 자유 시간이 주어져 남편과 단 둘이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밀린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는 것도

소소하고 좋았다.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한껏 매료되었다.

비록 때늦은 신혼여행이었지만 훌륭하였다.

다시없을 추억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참으로 잊지 못할 특별한 여행, 특별한 경험이었다.

힘들고 지쳐있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서...

그간의 삶에 대한 보상을 받은 생각이 들어서 더욱더 뿌듯했다.

여행이란 언제 가도 또 가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다.

정말 향기롭고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내 생의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