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데이트
제32 화
대학생인 원희는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희경이 근무하는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희경을 만날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두근두근 설렘 가득한 마음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희경을 만나려고 찾아왔다.
약속 시간을 정하지 않고 언제나 먼저 와서 은행지점과 가까운 다방에서 몇 시간씩 기다렸다.
희경은 그런 원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였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었다.
조금 특별한 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피카소 도예전을 관람하러 갔다.
피카소 작품에 대한 조예는 그리 깊지 않았으나 그 예술혼만큼은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원희는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모두 꺼내 작품 설명 책을 사서 희경에게 건넸다.
희경은 고마웠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고 관람을 하니 훨씬 감상하기 좋았다.
처음엔 작품을 이해하기 좀 어려웠으나 보면 볼수록 경이로웠다.
원희는 용돈을 모두 써 버려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당장 쓸 돈이 없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관람하는 내내 집중이 안 되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희경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는 희경에게 사실대로 말하였다.
희경은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웠다.
애써 태연하게 행동을 했다.
원희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표정도 밝아졌다.
원희의 집안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폐결핵을 오랫동안 앓아오신 아버지가 계셨고 생계를 위해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고 있었다.
가족으로는 어머니, 대학생 남동생과 중학생 여동생이 있었다.
원희는 고등학교 은사님 책 출판을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용돈은 그 돈을 조금씩 쪼개서 쓰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희경과 원희는 일단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하고 버스를 탔다.
둘은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다행히 버스에서 앉을 수가 있었다.
희경은 창가 쪽으로 앉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밝게 비치었다.
아무 말 없이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원희는 의기소침해 졌다.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후회는 안 되었다.
마치 그 마음을 아는 듯 강물은 잔잔한 파문을 그리며 유유히 퍼져 나갔다.
버스에서 내려 어디로 갈지 두리번거렸다.
마침 탁구장이 눈에 띄었다.
탁구장으로 들어갔다.
희경은 한 번도 탁구를 쳐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치는 걸 보고 천천히 치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어색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응이 되어갔다.
게임 룰은 잘 몰라도 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점점 재미있었다.
원희는 탁구를 잘 쳤다.
속도를 희경에게 맞춰주었다.
처음엔 천천히 치더니 점점 빠르게 치기 시작했다.
희경은 운동 신경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칠수록 순발력도 생기고 요령도 생겼다.
스릴도 있었다.
한참을 치고 나니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조금씩 공감대도 생기기 시작하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도 마실 겸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희경은 미희, 정미와 함께 소요산을 가기 위해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객실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였다.
기차는 출발 신호와 함께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들이 정겨워 보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크고 작은 건물들 사이로 푸른 가로수가 길게 서 있었다.
희경은 한껏 기분이 부풀어 올랐다.
설레었다.
미희와 정미도 즐거운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가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소곤소곤 정답게 얘기를 나누며 갔다.
그러는 사이 기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플랫폼을 지나 산 입구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희경이도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와닿았다.
기분이 상쾌했다.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켰다.
가슴속 깊이 맑은 공기가 싹 퍼져갔다.
가슴이 시원하였다.
나무가 우거진 푸른 숲 속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눈이 즐거웠다.
초록빛 물결 같았다.
정상에 오르니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야~~~ 호~~~
힘껏 소리쳤다.
저 멀리서 메아리가 들려왔다.
야~~~ 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꿈처럼 아름답던 사랑이여... "
노래는 바람을 타고 숲 속을 향해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며 마치 춤을 추듯 하였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나니 배가 고팠다.
밥을 하고 감자, 호박, 양파로 고추장찌개를 하였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에 밥을 게눈 감추듯 뚝딱 먹었다.
자연을 벗 삼아 먹는 밥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꿀맛이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활짝 웃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기쁨과 행복 속으로 스며들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나뭇잎을 속삭이듯 어루만졌다.
나뭇잎 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르륵사르륵 울려 퍼졌다.
"하하하"
"깔깔깔"
"까르르까르르"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메아리친다.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