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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영 Sep 03. 2024

독일에서 보내는 편지 1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독일에 온 지도 어느샌가 한 달이 조금 넘었어요. 독일로 출국하면서 사랑의 빚을 글쓰기로 갚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었어요. 그래서 늘 마음 한 켠에 글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이제는 독일에서의 삶에 꽤나 적응했으니 이제는 부채 청산에 더 힘쓰겠습니다! 사실 글쓰기를 서둘렀다면 여러모로 설익은 이야기를 건넸겠다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어쨌든 한 달을 오롯이 보내고 차곡차곡 쌓아 온 이야기들을 조금씩 이 편지를 통해서 건네 볼게요.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비는 이 인사말은 성서에 기록된 편지의 인사말이에요. 저는 편지의 수신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 인사말을 너무나 좋아해요. 왜냐하면 이 말을 읽는 순간 편지를 보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서로의 부재, 그리고 그 부재의 시간들에 나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구나'하고 말이에요. 게다가 그 안녕은 오직 신으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는 깊이가 담긴 안녕이에요. 은총과 평화를 우리가 어떻게 줄 수 있겠어요. 오직 신만이 줄 수 있기 때문에 두 손을 모으겠지요.


무엇보다 첫 번째 편지가 꼭 이 내용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어요. 저는 여러분을 자주 생각해요. 이따금씩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두 손을 모으고요. 저는 여러분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요. 이 편지 안에 이 마음이 담기면 좋겠어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주는 글이 되면 좋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단어를 골똘히 고르고, 문장을 여러 번 고쳐 쓰는 일이겠지요. 그 너머는 신에게 위탁할 뿐입니다. 다만 저는 오늘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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