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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하신가영 Jan 26. 2024

엄마도 엄마가 그리워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계셔

로하는 그런 아이였다.

할머니가 빌고 빌었던 아이였다.

막내딸이 결혼을 하고도 6년이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자 매일 같이 삼신할머니, 삼신할머니하며

빌고 빌었던 그런 아이였다.

로하의 탄생은 할머니의 기쁨이었고, 할머니의 생에서 마지막 숙제였던 것 같다.


로하가 태어나고 할머니는 너무나 기뻐하셨지만, 그 기쁨과 반대로 자꾸만 쇠약해져갔다.

위에서 사라졌다던 암은 뇌에서 자라고 있었고, 

뇌수술 후 괜찮을 줄 알았던 할머니는 결국 척수까지 암이 퍼져 버렸다. 

걷는 게 힘들어지더니, 

그렇게 사랑하던 막내딸도 알아보지 못했고,

속썩이던 남편과 아들도, 맏이여서 엄마의 마음을 늘 쏟아냈던 첫째 딸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또한 엄마와의 이별을 예상하지 못했고

결국 그렇게 기다렸던 로하의 돌잔치도 보지못한 채 벚꽃이 너무 예뻤던 날, 나의 엄마는 하늘여행을 갔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로하가 자랄 수록, 로하가 이쁠 수록,

자랑하고 싶은데, 전화할 곳이 없어서 더더욱 슬펐던 것 같다.




할머니의 납골당을 찾은 로하





시간이 지나 로하가 점차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로하는 이상했나보다.

명절에 진주를 가면 할머니는 없고 할아버지만 있는 것이,   

납골당에 가서 할머니가 여기 계신다는 것이,

아마도 모두 모두 이상했을 것이다.


가끔 나에게 진주할머니는 어딨냐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계셔.





어느 날, 아이가 하원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맑은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갔다.

아이는 너무나 해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엄마, 비행기타면 할머니 만날 수 있어?"


그 이쁜 말에 나는 그만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로하야, 엄마도 엄마가 그리워.

로하야, 엄마도 비행기타고 할머니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할머니는 로하랑 엄마를 보고 있을 거야.

이렇게 이쁘게 잘 자라고 있어서 웃으면서 우릴 지켜보고 계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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