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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하신가영 May 02. 2024

엄마는 하늘나라 가서도 여전히 자식바보인가 봅니다

하루방문자 4450명, 글 조회수 13,903회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

많아야 100명이 들어오던 나의 브런치에 어느 날 갑자기 4,000명이 넘게 들어왔다. 





그리고 하나의 글이 유독 조회수가 높았다






엄마와 나의 시계는 멈춘 것 같았는데

우연히 엄마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렇게 적은 글 하나에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브런치에 들어왔다.


모든 것은 우연이지만

그게 또 엄마 이야기여서

그게 또 우연히 발견한 엄마 일기장이야기여서 마음이 이상해졌다.


항상 엄마와 나의 삶의 시계를 되돌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살아생전에 엄마가 나를 기다려줬구나, 싶은 생각

돌아가신 엄마가 아직까지도 나를 돌봐주시는구나, 싶은 생각


이 아줌마는 하늘나라 소풍 가서도

여전히 딸바보, 자식바보인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모든 현상은 그냥 나의 해석이지만

그런 생각들이 자꾸만 드는 요즘이다.








엄마는 내가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그렇게 막내딸에게 아이를 점지해 달라며 기도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로하가 태어난 걸 보고 돌아가셨다.

로하의 돌은 보지 못했지만 로하의 탄생은 엄마의 마지막 숙제를 끝낸 느낌이셨으리라.

그래서일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로하가 태어날 때까지 기다려주셨구나, 이런 생각.


로하를 임신했을 때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붐이 일 때였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항암이 잘 된 덕분인지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었다.

암이 이제 안 보인다며 항암을 그만하기로 하고 추적검사만 하고 있었다.

그때 임신한 나를 배려해 검사를 받으러 갈 때는 천안에 있던 언니가 올라와 엄마를 모시고 가곤 했다.

엄마의 암이 보이지 않는다는 기쁜 소식 이후였기에 나는 임신기간을 마음 편히 보낼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보니 엄마의 암을 알게 된 시기도 참 신기하다.

내가 첫 회사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시작할 때 엄마의 암을 알게 되었는데

그게 다행이었던 이유는 뭐냐면, 

첫 회사였다면 엄마의 병원일정에 맞춰 내가 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매일 시간에 얽매인 삶을 안 살아도 되니까

눈치 보며 쉬는 삶이 아니었을 때 엄마의 발병을 알게 돼서 

마음 편하게 병원 다닐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엄마랑 주고 받곤 했다.



모든 것이 우연이겠지만,

엄마와 나의 시간은 참 잘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2016년 2월 내가 첫 회사를 그만두었고,

2017년 엄마의 암을 알게 되었고, 

2019년 8월 엄마가 마지막 항암을 했고,

2019년 11월 시험관으로 여름이(로하의 태명)가 착상에 성공했다.

2020년 7월에 로하가 태어났고, 로하의 백일잔치에 엄마가 함께 해주었고,

암과는 이별이구나 했는데,

2020년 10월 엄마 뇌에 3.8센티 혹이 발견되었다. (뇌수술을 받기 직전이어서 엄마는 온전한 모습으로 백일잔치를 할 수 있었다. 뇌수술이후에는 머리카락을 밀기도 했고, 방사선 치료로 머리가 다 빠져 두건을 쓰고 다녔었다. 엄마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많이 힘들어했다.)


위암이 뇌로 전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데,

엄마는 그렇게... 다시 암과의 사투에 들어가야만 했다. 

엄마가 뇌수술을 하고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고

너무 어린 아기 때문에 천안에 있던 언니가 엄마를 많이 간호했고 

우리의 간절한 기도와 다르게

2021년 4월 엄마는 하늘나라로 여행 갔다.


딸들에게, 이제 갓난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 민폐 주고 싶지 않았나 싶을 만큼 

급작스럽게

엄마는 

벚꽃이 너무 이쁜 날

하늘에 꽃구경하러 간 사람처럼

그렇게 떠났다.








내가 삐뚤어질 수 있는 수많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에도 엄마는 나의 흔들림을 멈추게 해주는 닻과 같은 사람이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고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알기에

그 숱한 흔들림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 속에서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인생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만큼이나

인생에서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부모와 자식 관계라고 한다.


나는 엄마를, 엄마를 나를 선택하여 만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엄마의 딸로 살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많이 행복했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그만 자식바보 하지말고

마음의 자식 걱정일랑 지워버리고

가벼워지고 가벼워져서 엄마를 위한 즐거운 시간들이 그곳에서라도 펼쳐지기를 

자식바보인 엄마에게, 엄마바보인 딸이 기도한다. 


엄마를 생각하며 적은 글들이 엄마를 더 그립게 만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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