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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코스모프타입 이주현 인터뷰

글꼴 디자이너 이주현 인터뷰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의 디자이너 권준호 이야기

작은 소식 :  에밀 루더,『타이포그래피』한국어 개정판 출간



글꼴 디자이너 이주현 인터뷰


7월 19일, 이주현 디자이너의 글꼴 ⟨포치니⟩가 AG Font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독특한 형태만큼 궁금한 것도 많아 ⟨포치니⟩가 탄생하기까지의 스케치와 지난 여정을 엿보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코스모프타입’ 스튜디오의 글꼴 디자이너 이주현입니다. 윤디자인에서 처음 글꼴 디자이너 활동을 시작했고, 프리랜서를 거쳐 올해로 폰트를 만들어온 지 10년째 되었습니다. ⟨빙그레체⟩ 시리즈와 ⟨독립체⟩, ⟨순바탕⟩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작년부터 운영 중인 코스모프타입은 글꼴 디자인과 레터링 작업을 주로 합니다. 코스모프는 Cosmos와 Scope의 합성 단어입니다. 우주만큼 넓고 깊은 세상의 지식을, 아름다운 활자와 함께 탐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레터링 작업이 많은데요, 레터링 스케치가 글꼴로 이어진 적이 있나요?

네, ⟨포치니⟩도 대표적으로 레터링에서 시작한 글꼴입니다. 글꼴 디자인을 시작하면서부터 두꺼운 획의 제목용 폰트를 만드는 상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Cooper Black⟩ 같은 글꼴에 빠져 있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짧은 단어로 여러 스케치를 해봤는데, 느낌이 좋았던 스케치를 토대로 여러 한글 모임꼴을 만들어보고 확신이 생겼을 때 디지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레터링, 스케치 과정


글꼴 이름을 ‘포치니’로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글꼴 형태를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모티브를 찾던 중에 말랑말랑하면서 통통한 이탈리아의 포르치니 버섯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곧바로 버섯에 대한 사진과 문서를 읽어본 후 ⟨포치니⟩로 정했습니다.

포치니의 모티브가 된 포르치니 버섯의 이미지와 스케치


¶이름만큼 형태도 매우 독특한데요, 주요 특징이 궁금합니다.

우선 한글은 정사각형보다 가로로 넓은 네모틀에 꽉 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큰 사이즈로 짧은 단어, 문장을 썼을 때 주목성이 높고 잘 어울립니다. 꽉 찬 네모틀 구조이지만, 곡선이 많아 부드러운 이미지입니다. 일반적인 부리 글꼴(명조체)에 있는 ‘부리’와 ‘돌기’ 부분을 둥글고 귀여운 느낌을 담아 새롭게 그렸습니다. 알파벳도 역시 세리프의 원리와 위치를 우선적으로 표현하려고 했고, 그러면서도 둥글둥글한 느낌이 살아 있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잉크트랩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사선 요소도 주요 특징 중 하나입니다.

가로로 넓은 네모틀과 가변 너비가 특징인 한글, 라틴 알파벳, 기호 활자의 모습
잉크트랩이 적용된 모습과 둥글고 귀엽게 표현된 부리와 돌기


⟨포치니⟩를 그리며 어려웠던 부분이 있나요? 해결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알파벳 대문자를 그리는 것이 어려웠어요. 특히 L, T, Z는 완성 직전까지 형태를 여러 번 바꾸기도 했습니다. 너무 심플해 보이거나 복잡해 보이지 않게 밸런스를 잡느라 시간을 오래 보냈습니다. 컨셉과 쓰기 원리가 상충될 때가 있었는데, 오래된 Cursive 글꼴 자료를 찾아보고 시안 스케치를 최대한 많이 하며 조금씩 다듬었습니다. 비교적 규칙적인 소문자에 비해 장식적인 느낌을 많이 넣어 과감하게 그렸던 것 같아요.

⟨포치니⟩의 라틴 알파벳 스케치


스케치 단계를 넘어 글꼴로 완성하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가 있나요?

주변 친구들의 현실적인 피드백과, 애정 있는 잔소리로 응원을 해준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꼴 시안을 조금씩 바꾸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용기가 생기고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포치니⟩를 출시하기 위해 펀딩에 도전했는데요. 펀딩 후원자분들의 응원과 격려도 완성할 수 있었던 큰 동력이었습니다.


⟨포치니⟩를 그리며 포기할 수 없었던 특징이나, 타협해야 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성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읽는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첫인상이 강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부 글자는 더 과하게 만들어 본 버전도 있는데, 아예 판별이 어렵다고 판단한 글자는 수정하면서 판독성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포치니⟩의 판독성을 개선하기 전, 후의 비교 이미지


⟨포치니⟩를 어떻게 사용하면 가장 돋보일까요? 기대하는 모습이 있나요?

최근 ‘샌드위치프레스’의 〈지도에 없는 로컬〉 포스터에 ⟨포치니⟩를 써주셨는데, 귀여운 일러스트와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습니다. 제목용으로 커다랗게 쓰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아요. 패키지나 포스터, 굿즈 등 다양한 곳에서의 쓰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AGTI의 덧붙이는 생각

한글 디자인은 최소 2,780자를 만들어야 하고, 라틴 알파벳을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형태가 복잡한 기획은 아무래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과감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독창적인 글꼴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제목으로 크게 쓰이면 눈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겠네요! 앞으로 책 표지, 포스터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나면 좋겠습니다. 질감이 느껴지는 입체 조형물로 만들어지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포치니보러 가기 ☞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의 디자이너 권준호 이야기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이하 AGTI)는 매주 수요일에 인스타그램트위터에 사용 사례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사용 사례를 모으면서 어떤 이유로 AGTI의 글꼴을 사용했는지, 글꼴을 고를 때 어떤 걸 중요시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AG 최정호체 Std.〉가 쓰인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 책의 디자이너이자 저자인 권준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 (https://everyday-practice.com/a-designers-everyday-and-practice/)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상의 실천 공동대표 권준호입니다.


저는 이번에 출간한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디자이너로서 10년의 경험을 엮은 책을 출간하면서 본문용 글꼴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본문용 글꼴과 비교했을 때, 제가 평소 책을 읽으면서 체감했던 본문용 글꼴의 아쉬움을 〈AG 최정호체 Std.〉가 상당 부분 보완해 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AG 최정호체 Std.〉 획의 두께와 삐침의 정도가 오랜 시간 독서를 했을 때 눈의 피로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제가 이번 책에서 사용하고자 했던 영문 글꼴 ‘Family’와도 조화롭게 조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AGTI의 글꼴 중에서도 〈AG 최정호체 Std.〉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글꼴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것은 본문용 글꼴을 고를 때는 장시간 독서에서 오는 피로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서체를 선택하고자 하고, 제목용 글꼴을 고를 때에는 해당 프로젝트의 성격을 적합하게 담아낼 수 있는 글꼴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 (https://everyday-practice.com/a-designers-everyday-and-practice/)


마지막으로 AGTI의 글꼴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AGTI는 일시적인 유행에 의한 장식적인 글꼴이 아닌, 글자 자체의 본질을 깊게 연구해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소식



 에밀 루더,『타이포그래피』한국어 개정판 출간

지난 6월, 스위스 스타일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에밀 루더의 명저 『타이포그래피』의 한국어 개정판이자 복원판이 출간되었어요. 이 책은 1967년 처음 출간된 이래로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교육의 기본 교재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교재로 인정받으며 스위스 디자인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개정판의 특징은 「색(Colour)」 장을 포함한 일부 내용이 삭제된 축약본을 바탕으로 했던 기존판과 달리, 에밀 루더가 디자인한 원서 초판 디자인을 복원한 것이에요. 또한 원어인 독일어를 바탕으로 번역을 진행하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글꼴 ⟨유니버스⟩를 원어 표기에 가까운 ⟨유니베르⟩로 표기하기도 했습니다.

『타이포그래피』 (https://agbook.co.kr/books/typographie)


아래는 ⟨유니베르⟩를 디자인한 아드리안 프루티거가 『타이포그래피』 위해 쓴 추천사입니다.


"이 책은 뛰어난 『안내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상이기도 하다.

전체 구성과 주제의 전개, 유사와 대조의 비교, 풍부한 도판과 이에 조화를 이루는

타이포그래피 문장을 볼 때 이 책은 완벽한 걸작이다. 정확한 비율로 담은 교육적인 예시 너머에는

일상적인 과제를 넘어 삶의 지혜를 밝히고자 하는 풍부한 철학적 고찰이 빛을 발하고 있다.."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이 많은 독자분이라면 한 권 소장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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