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소년 기자단 네 명과의 만남
감사하게도, 인천 청소년 기자단, 웹진 MOO 청소년 기자단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먼저 웹진 MOO를 소개합니다. 인천의 청소년들이 직접 펜을 들고─키보드를 두드리고─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기자단입니다. M.O.O.의 뜻이 마음에 드는데, '우리 젊음의 거울(Mirror Of Our youth)'를 뜻합니다. 매년 기자단을 선발하여 사회, 문화, 학교 이야기를 자신들의 시선으로 직접 기획하고 취재하여 기사를 등록한다고 합니다.
제 입장에선 얼마나 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직장 생활 10년이 지나서야 이제 나도 키보드를 두드려볼까 마음먹었는데, 웹진 MOO 친구들은 고작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심지어 14살 중학생도 글을 쓴다고 마음먹은 것이 어찌나 대단하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이들에게 제가 전한 메시지는 심플합니다. "AI for Everything"이라는 주제로 두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업 실무자의 시선에서, 그리고 여러 컨퍼런스와 빅테크 CEO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 들은 것들을 정리해서 학생들을 위한 메시지로 담아서 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었고 1부 1시간은 AI for Engineeing, 공학 실무에 어떻게 AI가 쓰이고 있는지 전했습니다. 2부 1시간은 AI for Education. 학생들에게 AI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란 물음으로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오프라인 나눔을 이렇게 글로 남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웹진 MOO 기자단에게 포스트-잇 질문 두 개씩을 받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답변을 못 드렸기 때문입니다. 한 장 한 장 포스트-잇 소중한 질문에 작은 정성을 담아 이곳에 남겨드립니다. 웹진 MOO 기자단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참석한 학생, 네 분께 전해드립니다.
Q1. 왜 공학이 좋은가요?
Q2. 기계공학 쪽으로 전공하려면 어떤 쪽을 위주로 공부하고 배워야 하나요? 자격증도 필요하나요?
이런 질문받았다는 것에 나의 두 시간 짧은 이야기는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학'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말이죠.
답변을 하기 전에 AI 이야기와 함께, 저는 공학인으로써 많은 청소년이 공학자를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학 전도사가 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육아 휴직으로 잃은 것과 얻은 곳>[1]에 등장하는 본인의 두 자녀에게도 공학을 적극적으로 권할 생각입니다. 물론 선택은 그들에게 있지만, 적어도 '공학'이라는 선택지를 건네어줄 수 있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과에는 수학, 과학, 사회학, 영문학은 있어도 공학은 없기에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공학에 대한 이야기로, "공학해보지 않을래?"라고 계속 여운을 남겼기에, "왜 공학이 좋은가요?"라고 물은 모양입니다.
저의 답은 간단합니다. 공학은 돈이 됩니다. 공학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학문입니다. 과학과 공학의 가장 큰 차이가 저는 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과 무관하게 진리를 좇으면 과학이고 돈과 시간을 아끼고자 노력하면 공학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돈은 나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 그 이상입니다. 공학의 수준이 국가 경제 발전의 수준과 동치입니다. 공학이 발전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자연스럽게 국민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네가 공학을 하면, 나도 좋고 우리나라도 좋습니다. 물론 본인도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한 말이지만, 자격증만큼 쓸데없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격증은 정보처리기사와 같은 종류의 것들을 말합니다. 단순합니다. 공대에 가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고 공대가 갔다면 대학교 수업에서 모두 A학점 이상을 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Q3. AI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중인데 언제 정체기가 오고 어디까지 발전할 것 같으신가요?
챗GPT가 느닷없이 나타났듯이, 정체기도 느닷없이 나타날 거란 생각입니다. 그러나 "The End of the Illusion" 논문 결과를 함께 논한 것이 기억나신다면, 항상 미래는 과거의 1.5배 이상 대단히 크게 변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계다가, 물리 현상에만 모멘텀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곳에도 모멘텀이 있기 때문에 잘되는 게 더 잘되고 가는 놈이 더 갑니다. 전 세계가 AI AI AI를 외치고 모든 기업이 AI를 어떻게 도입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와 엔드류(Andrew Ng)는 "AI는 새로운 전기다"라고 언급했습니다.[2][3]
에디슨의 발견으로 인간은 밤에도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기가 없었을 땐, 당연히(?) 인간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자야 합니다. 그러나 전기의 발견으로 모든 인간의 양식이 바뀌었습니다. AI 또한 같습니다. 모든 인간의 일하는 방식과 생각의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AI를 이용해서 공부하고 일하고 가치를 창출할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4.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최근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ow People are Really Using Generative AI Now(생성형 AI,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쓰고 있을까?)"[4]를 꼭 한번 열람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생성형 AI를 어떻게 쓰고 있을까 TOP1이 "감정적인 테라피와 관계"입니다. 이 보고서로 대신 답변드립니다.
Q5. AI가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창의성일까, 아니면 단순 모방일까?
나는 예술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훗날엔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도 예술에 관심이 있기에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1910년대에 처음으로 추상화가 나왔습니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추상 미술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가 추상화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이유는 1888년 코닥이 사진기를 보급했기 때문인데, 더 이상 실물과 똑같은 미술은 더 이상 그릴 필요가 없었던 거죠.
AI가 그리는 그림과 AI가 생성한 동영상도 같은 것 아닐까요? AI는 사진기처럼 똑같이 그릴뿐 아니라 창의성도 발휘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내러티브가 없습니다. 우리가 예술을 보고 감동하는 '포인트'가 나는 내러티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작가만의 고유한 여정, 예를 들면, 노벨 문학상의 한강 작가에 우리가 매료되는 이유도 단순히 그녀의 글솜씨뿐만 아니라 그녀의 여정과 그녀의 투쟁에서 우리는 감동합니다. AI난 이걸 못합니다. 순전히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AI가 얼마나 잘하느냐 못하느냐 보다는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꾸준히 쌓고 그 여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용하고 연결시키고 가져다 쓰면 되지 않을까요? AI는 AI가 잘하는 것을 하고 나는 나대로 내가 잘하는 것을 하는 거죠.
[1] 브런치북 - <육아휴직으로 잃은 것과 얻은 것>
[2] Karpathy: AI is not electricity. It’s a new operating system
[3] 스탠퍼드 MBA 강의: "Andrew Ng: Artificial Intelligence is the New Electricity"
[4]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보고서: "How People are Really Using Generative AI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