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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변호사 Mar 18. 2024

대가를 만나는 즐거움

- 클라우스 뮐한의 [현대 중국의 탄생]

꽤 두꺼운 책이다. 고대 윤형진 교수님이 중국현대사 강의 교재로 쓰기 위해서 번역하셨다고. 윤형진 교수님은 강의안을 해설하는 식의 강의가 아니라 교재를 선정한 후, 이를 읽어본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고 한다. 과거 본인이 열역할 수업시간에 그런 수업을 겪어 보았는데, 학생이 공부를 할 의욕이 강해야 하고, 교재가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하여간에 이 책은 현대 중국사에 대해서는 매우 정평 있는 입문서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 독자인 내가 읽어봐도, 읽는 경쾌함이 즐겁다. 사실 이 책은 여러 중국현대사의 쟁점을 요약해서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해당 쟁점에 대한 다른 좀 더 상세한 설명이 있는 부분들과 함께 읽으면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이 책은 초반에  중국 청나라이전부터의 유교적 통치전통을 해석하기 위해, 중국 진한(통일 중국의 초기 제국) 시대로부터의 통치이데올로기 자리 잡은 유교에 대한 해설을 요약해서 싣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역사 속의 성리학/ 피터 볼], [중국의 '자유'전통/드 베리]등의 책에서 상세히 설명한 신유학의 특질을 간결하게 잘 요약하고 있다. 한국은 명나라의 멸망 이후, 유교를 정치의 근본으로 하는 국가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소중화'라는 인식까지 가졌던 유교전통의 국가이면서도, 정작 유교의 기초적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런 외국인의 요약본이 주는 이해가 더 깊은 것이 아쉽다.


또한 태평천국의 난에 대한 설명(이 부분은 전쟁사 부분이라 군대의 진군지도와 병행하여 해설이 좋은 [본격 한중일 세계사] 편이 기본적 지식을 주었다), 1700년대 이해 신강지역에 대한 이해 및 1800년대 회족의 반란에 대한 이해는 김호동 님의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에서 상세히 본 내용인데, 이 책에서 그 요지가 상당히 잘 요약되어 있다. 


이런 개설서로서의 강점 때문에 책이 깊이가 있고, 무엇보다 상투적인 결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경제의 변화 때문에 구체적인 민중의 삶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개략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눈에 그려지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 결과로써의 사회변동이 설득력 있게 해설된다. 나로서는 읽는데 곤욕을 치렀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같은 책에 비하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민중의 삶의 변화, 새로운 국가주체의 형성이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만든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그야 본인이 과문한 탓이겠지만, 한국사람이라면 영국노동계급의 형성보다는 현대 중국의 형성에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청 왕조가 붕괴되는 이유가 서양세력의 침략 때문인지, 그로 인하여 도입된 자본주의 때문인지에 대한 중국본국의 주류적 주장과, 이에 대비되는 근대화 촉진론을 주장하는 서양세력의 주장을 모두 비판하는 새로운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즉, 외국의 강제적 진입으로 일부 현대적인 영역과 지역의 발전이 이루어진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 대신 외국의 압력 아래 채택된 국가 전략이 어떻게 다른 정책과 다른 지역들을 부당하게 대우했는지를 살피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나도 이에 동감이 되었다. 중국은 서양세력의 강제개항요구로 개항도시 중심의 근대화발전을 이루게 되는데, 그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소외된 농촌이라는 문제를 남기고 결과적으로 통합적인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는 긴 내전을 거쳐(수많은 중국인들이 사망하고, 고통속에 살게 되었다), 최근의 경제발전 속에서야 비로소 일단락 되는 중국인들의 긴 고통을 만들어 냈다.


이런 시각에서 살펴 보면, 이영훈 등이 주장하는 한국의 일제 식민지 과정이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은,  일제식민지 과정에서 뒤틀린 근대화를 맞게 된 부정적 측면에 눈감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 있는 주장이 됨이 명백해진다. 


읽는 즐거움이 있으니, 꽃아 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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