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의 이한열을 생각하는 날
6월 9일은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피격된 날입니다. 사망은 그 며칠 후에 하셨지만, 6월 항쟁의 기폭제로서 피격일이 상징적인 날이 된 뒤로, 이한열열사의 추모제는 6월 9일 밤 치러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9일이 연휴 낀 일요일인 관계로 수요일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청년은, 30대의 저도 이름을 모르는 청년입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준 장학금을 15년 전에 받았다는 책임으로, 이 청년은 몇 년 동안 이한열 추모제의 기획과 실무를 도와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청년은 1986년, 87년의 이한열의 일기와 메모를 보게 됩니다. 먼 후배로서, 원래부터 공익에 몸담은 '열사'로만 기억하던 이한열. 그런 이한열은, 1987년 3월 과 엠티 가는 길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 주지만, 아무도 받는 학생이 없어 외로왔던 학생이었던 것을 알게 됩니다. 이한열의 이런 메모들을 다 읽은 저 청년은, 이한열은 타고난 영웅이 아니라, 자신처럼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용기"를 냈었던 인간임을 깨닫게 됩니다.
저도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96년 경찰을 피해 시립대의 한 과방에 숨어 있으면서, 할 일이 없어 그 과의 메모장을 모두 읽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에는, 1987년 6월에 6.10. 집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기말고사 기간이라 학생들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저 역시 그 글을 읽으며, 1987년 군부독재를 끝낸 투쟁의 당사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청년들로서 다만 "용기"를 냈었던 사실을 감동적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발언하고 행동해 왔습니다.
오늘 저 청년의 발언을 들으니, 그 역사가 이어져 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시대가 이기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사회를 위해 용기를 내려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보태려 합니다. "자기 용기를 내는 것". 그게 우리의 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이한열 열사 37주기 추모의 밤에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