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석추모사업회 작당모의기획단 워크숍
1. [사회권]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에서, 대한민국의 사회권 발전에 공헌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하고 그에 대해 시상하는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시상의 기준을 "사회권"으로 제안하는 이유는, 노수석열사의 투쟁이 사회권 확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회권"은 "민주화운동"과 결을 달리하는 기준이다. 민주화운동이 권위주의 정부에 대해 대항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사회권 운동은 권위주의 정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공익적 활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민주화운동 유공자법이 2027년 윤석열 정부 마감 이후 22대 국회(2028. 5. 임기만료) 내에서 통과될 것을 전제로 한 의도적인 설정이기도 하다. 2024. 6. 22. 토, 부산 기장에서 1박 2일로 96년 열사 추모사업회(노수석, 권희정, 박동학추모사업회 + 96 지역총련의장단) 간담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96년 열사들이 유공자법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권운동의 열사로서 자리매김되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가진 바 있다.
2. [시상 절차] 시상 절차는 10여 명의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회원들을 그 해당연도의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진행한다.
가. 심사위원들은, (1) 자신의 대학시절과 지금의 모습에 대한 "친해지기" 코스를 필수적으로 진행하고 (2) 이를 통해서 회원들 자신의 현재상태에 대해 편안하게 고백하고 서로 동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한다. 진행자는 이 과정에서 정치적 올바름(PC)의 기준에서 쉽게 평가하려 하지 않고, 어떤 내용이라도 고백되고 사회적으로 공격받지 않는 안전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보조 주제 1 : 회원들의 이야기는 1) 강연 2) 다큐멘터리 3) 기획소책자 형태 등으로 별도로 모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보조 주제 2 : 회원들이 30년 전 학생운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운동을 오래 진행하였거나, 사회기여에 대한 생각을 오랜동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24년 총선에서 정의당의 몰락을 기점으로, 민주화운동의 한 시대가 마감되어 간다는 시대감각도 제기된다. 지금까지의 30년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사회운동에 대한 기획을 논의하는 세션이 있으면 좋겠다. 이를 1) 특별 토론회 등의 형태로 자료집으로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심사위원들은, 해당 연도(올해는 2024년) 가장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제시해 본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근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제기해 본다.
제2조에서 나온 주제는 (1) 대한민국의 자살문제(그 내의 소주제로서, 경쟁과 번아웃된 젊은이들,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자살 등에 대해서도 검토해 본다) (2) 주거권 문제(전세사기, 청년주택 등)에 대해 기여한 단체나 개인에 대해 시상하는 방법이다.
- 시상되는 단체나 개인은 반드시 과거의 운동단체와 연계되어 있거나, 그 경향성이 유사할 필요는 없다.
다. 가-나의 토론 내용을 종합하여, 그 해의 시상주제를 정하고, 어떤 단체나 개인이 그러한 시상에 적절한지 "검색"하고, "자천"을 받는다. 그 후 검색된 자들, 자천된 자들을 종합하여 시상한다. [TIME]지의 표지사진이 그 해의 사회상을 상징하는 것처럼, (가칭) 노수석사회공헌상의 그 해 선정 "주제"들이 하나의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작업한다.
3. [회원들을 만나는 것과, 회원을 넘어선 사회단체가 되는 것의 관계]
가. 집행역량을 고려했을 때, 우선은 회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시상절차를 설계한다. 그러나 사회권공헌에 기여한 개인/단체에 대한 시상은 반드시 연세대학교 활동가 OB들이 주관하는 활동으로 좁힐 이유는 없으며, 관여자들의 다수는 연대 OB일지라도 타 학교 및 부문에 열려 있을 수 있다. 여기까지 확대되는 경우 연세대학교/노수석열사 추모사업회를 넘어서는 사회단체의 비전을 가질 수 있다.
나. CMS를 내고 있는 회원들은, 노수석으로 상징되는 희생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자신을 계속 반성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회원들과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주식회사의 주주처럼 사고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사실 작당모의 기획단의 성원들도 회원들 중 한명일뿐이며, 실무적인 문제로 회원전원회의를 하지 못할 뿐이지 적절한 대화의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여기서 한 고민과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올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즉, 기획단은 그런 의미에서 회원들을 대표하여 이 단체의 사업에 대한 전환적인 기획을 내는 것에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민주적'이라는 미명 하에, 더 깊이 고민한 '초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원탁회의에 대해 나는 회의적인 편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집행부의 책임을 방기 하는 것은 아닐까?
다. 또 한 가지 측면은, 2020년대가 기존의 운동방식과 단절을 선언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이다. 정치권력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장악한다는 사회주의 베이스의 전략은 1991년 열사투쟁 때 이미 종결을 고했다고 할 수 있다. 임미리*1, 김정한*2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표현에 의하면, 1991년 열사정국에서 대중들이 느낀 것은 그들의 희생에 대한 강한 책임감이 아니라 "공포"였다고 한다. 91년 열사정국은 자살배후설이라는 공안적 기획에 의한 타격도 있지만, 대중들 자신이 그 투쟁의 정도에 대한 공감이 아닌 분리를 겪었던 것에서부터 실패의 원인을 찾는 평가다.
92년 김영삼정권의 탄생을 거치며 학생운동조직은 비합조직의 공개 투쟁위원회 성격의 총학생회를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라는 성격으로 대중화하려고 하였지만, 1994년 다시 "민족의 운명의 개척하는 불패의 애국대로"로 전환하며 그 전환의 시기를 실기했다. 96, 97년은 1994년에 다시 표명한 80년대식 전민항쟁 노선이 언젠가 맞을 파국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민중운동은 2002년 노무현정부 탄생 이후에는 대중운동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노사모'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대중운동에 이미 밀려있는 상태였다. 2016년 촛불 탄핵국면에서, 최종적으로 국민들은 제도로서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거대한 대중운동을 통해서라도 지켜내려고 함을 확인했다. 즉, 현재의 헌정질서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절대적인 상태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 역시, 민주적 제도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형해화시키고 있는 행태에 대한 "호헌"적 성격의 분노가 강하다.
즉, 사회운동은 변화의 시기를 이미 많이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사회운동은, (1)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기조로 한 '회고식' 사업에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2) '호헌적'으로 변해 있는 대중들에 대해 이를 단순히 대중이 보수화 되었다고 평가함을 넘어, 그 안에서 새로운 대중운동을 기획할 상상력이 필요하다. 일제강점기가 아니었다면, 한국전쟁이 아니었다면, 군부독재가 아니었다면 -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향했던 이상적인 사회란 과연 어떤 사회인가? 지금의 사회는 그에 부합하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새 사회운동은 어떤 형태로 그에 접근해야 하는가?
노수석 사회공헌상을 시상하는 과정에서 [회원들+알파}와의 토론은 이 주제에 집중하고 결과를 내 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4. 나는 어제의 대화가 즐거웠다. 00이수연과, 잠을 못 잔다는 민균과, 아들 때문에 걱정이 많은 상우와의 토론이 즐거웠다. 다들 기대 안 하고 왔는데 생각보단 재미있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주말에 나간다고 눈총을 받고, 아들 아버지께 맡겨두고 오느라 종종거리며 왔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은 즐거웠다. 이 즐거움을 다른 회원들도 시상의 과정에서 느끼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보조주제 3 : 80년대식 사회운동과 결별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기획은, 다소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또한,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한다기보다, 그 과정에서의 편안하게 자신의 활동을 반추할 수 있다면(너 지금 왜 투쟁 안 하냐고 지적받지 않는... 등등의 안전한 토론) 이미 한 명의 사회인인 회원+알파는 이 모임에 관심을 가지룻도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토론과 놀이가 있는 "공간"자체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우리 공간'에 대한 기획과 매입이 필요할 수 있다']
*1 임미리,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한국저항운동과 열사호명구조"
*2 김정한, "비혁명의 시대-1991년 5월 이후 사회운동과 정치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