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lla Lee Mar 25. 2023

홀수는 싫어

미혼녀의 삶

말 그대로 홀수가 싫다. 정확히 말하면 홀로 남는 게 싫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누가 나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준 지는 모르겠지만, 수학여행 갈 때 정원이 홀수인 반 아이들을 보며 나는 그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나름의 방법은 새 학기가 되면 빨리 내 친구들을 많이 만드는 거였다. 나와 단짝이 될 친구.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서 나와 짝을 이뤄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내가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 거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거 같다. 

근데  참 신기한 게 그렇다고 홀수로 한 명 홀로 가는 애가 그렇게 왕따도 아니고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짝이 되지 못하면 그 혼자된 아이가 안쓰러워 보이고, 아무도 그를 챙기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발버둥 치며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했던 거 같다. 누군가가 그런 눈길로 볼까 봐. 

그렇게 늘 짝을 이루며 10대를 보냈다. 


내가 홀수도 괜찮다는 걸 느낀 건 대학교 입학하며 친해진 친구들 덕분이다. 

우리는 이상하게 정원이 8명인 OT 방이었는데, 들어가 보니 남자 1명에 여자 7명이었다. 

분명 짝수인데 홀수로 밖에 못 지내고 남자 1명은 굉장히 괴로운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공대라 여초 과도 아닌데 참 그 상황은 어이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OT를 기획한 집행부도 당황했다. 

예전만 해도 이름을 보고 성별을 추측해서 방을 배정할 때였다.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남자 이름 여자 이름' 


그렇게 남자 1명은 떨어져 나갔고, 여자 7명은 참 잘 뭉쳐서 다녔다. 내가 극혐 하는 홀수였지만 이상하게 홀수여도 잘 뭉치는 상황들, 그리고 홀수여도 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전혀 사람들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지 않았다. 

그 이후로 '아! 남들은 그렇게 신경 안 쓰는 거에 10대 때는 굉장히 중요시 여겼구나' 싶었다. 


결국은 사람들의 성격과 케미가 짝짝 짓지 않아도 각자의 개인의 시간도 존중하면서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을 주었다. 

이런 홀수의 매력을 넘치게 안 채 20대를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7 공주로 살아왔는데, 더 풍요롭고 끈끈하고 둘이 티격해도 다섯이 따로 관리(?) 해주는 시스템이라 금방 사이가 풀리고 잘 지내고 그렇게 10년 이상을 보냈다. 


30대가 되니... 다시 홀수가 싫어졌다 뭐 20년 주기로 이렇게 싫어지나. 

나이의 앞자리가 홀수라서 홀수가 싫은 건가 

이제는 짝짝으로 법적으로 묶이는 결혼을 한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그 친구들 틈에 낀 홀로 남은 홀수인 나는 참 10대 때 사람들의 눈길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는 무리 지어서 다니는 게 이상한 나이. 그리고 혼자 다니는 게 이상한 나이. 

둘이 다니는 게 안정적이고 특히 남녀여야 하는 나이. 

그냥 연애로는 안된다. 결혼을 약속해서 곧 결혼을 할 거라는 커플 아니면 결혼한 커플.

이상하게 사람들은 자꾸 나에게 '결혼하셨어요?" 아니면 '결혼 언제 하세요?'이런 질문을 한다. 

다 비슷한 맥락이다. 

'네 친구들은 다 결혼해서 지금 다 짝짝이 오는데, 너는 왜 혼자야? 남편이 그냥 시간이 안 돼서 지금 혼자인 거지? 그런 거지? '

또는 

'결혼 예정이지? 남자친구는 있지? 그럼 언제 하는 거지? 아 그래 좀 안정적이네.' 

이런 마음들이 내포되어 있는 투의 질문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넘겨짚었다 과하다 이러지만....

실제로 나는 촉도 좋고 눈치도 빠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질문이 항상 100이면 100 이런 마음을 내포하고 질문을 한다는 걸 안다. 


"저는 솔로인데요?" 하면 


더 골 때리는 질문이 나온다. 


"비혼이세요? 하긴 요즘 비혼이 많죠" 


억장이 무너진다... 아니 고작 지금 짝이 없다고 비혼으로 치부하다니 나의 혼삿길을 이런 식으로 막나...

들어올 인연도 못 들어오게 하는 말도 안 되는 방패막 같은 질문을 내뱉다니...


"아니요. 저는 결혼 너무 하고 싶은데요. 저는 가정을 꾸리는 게 제 삶의 목표예요. 

아이도 엄청 낳고 싶어요. 힘닿는 데까지요. 모든 것이 준비됐는데 남편만 없는 거죠!" 


그럼 그 질문을 한 사람은 굉장히 머쓱해한다. 이건 역차별이다. 

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인데, 결혼하고 싶지 않은 비혼으로 만들어야 차별이 안 됐다고 하는 거냐고

나는 결. 혼. 하고 싶다고요!!!!!!!! 


이런 마음 때문에 더 악착같이 결혼하고 싶어졌다. 


진짜... 나는 결혼하며 굉장히 잘할 거다. 

이건 다음 글에서 써야겠다. 

휴... 할 말 많은 미혼녀의 삶.... 아니 어쩌다가 미혼녀가 이렇게 소수가 되었는가. 


결혼 안 한다며!!!!!!!!! 혼인율 역대 최저라며..........

근데 왜 내 주변은 싹 다 결혼해서 혼인율 역대 최고인 건데...

축의금에 허덕이는 내 생활은요!! 이건 뭔데요!!!!

유독 제 친구들이 결혼을 하는 중산층인 건가요...

저는 평범한 소시민입니다... 

기자 양반들... 진짜 제대로 기사 쓴 거 마쥬? 



작가의 이전글 꿋꿋이 살아가는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