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 오면 가장 가 보고 싶었던 곳
비포선라이즈를 촬영했던 레코드점이다.
나는 비포시리즈를 참 좋아했다.
끊어지지 않는 그들의 대화가 좋았다.
비포 미드나잇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상영 며칠 전부터 두근두근했었고, 극장을 홀로 찾아 영화를 봤다.
그런 내가 빈에 왔으니 그곳은 꼭 가야 할 곳이다.
같은 음악을 들으며 일부러 눈길을 비켜가던 젊은 셀린과 제시가 있는 곳.
그런데 내 친구 구글맵에 따르면
오늘은 영업을 안 한다고 한다.
아, 이럴 수가.
그래도 빈까지 왔는데
외관이라도 보고 싶어서 일단 걷는다.
가게를 보자 너무 반가워서
혹시나 하고 문을 열어본다. 그런데 문이 열린다.
내 친구 구글맵이 잘 못 알았구나.
그런데 손님은 아무도 없고
주인아저씨만 계신다.
가게를 둘러보다가 간판과 모양이 같은 에코백을 하나 샀다.
주인은 에코백에 LP판을 넣어주며
오늘은 가게가 쉬는 날이라고 한다.
어머. 미안하다고 하니 전혀 아니란다.
내가 용기 내어 ‘저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래요?‘라고 하니
음악 듣는 걸 찍어준다시며 LP를 틀어주신다.
이곳에서 제시와 셀린이 들었던
come here이 흐른다.
나는 헤드셋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나는 활짝 웃었고 주인은 그런 나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 조금 더 음악 들어도 되느냐 하니 물론이지라고 하는 주인.
손님 없는 오래된 음반이 가득한 이 가게에서
음악은 귀에서 시작해서 온몸을 맴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뒤로 돌아 시간을 순식간에 거슬러 그 아름답던 청춘들이 있던 이곳에서 그들과 같은 음악을 듣는다.
나를 위해 마련되어 있던
오늘은 영업하지 않는 가게.
나는 이곳에
사십 대의 영희를 데려와
이십 대의 영희를 불러내어
푸르고 반짝이는 제시와 셀린을 만났다.
나는 이 기억으로
사십 대에도 여전히
또 설레며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