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외관상으로는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합니다. 외모도 입는 옷들도 우리와 크게 차이가 없지요. 물론 자세히 보면 외모에서 ‘일본 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관심을 크게 갖지 않고 대충 보면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음식도 상호 간에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지요. 건물 모양이나 도시 계획도 비슷합니다. 특히 상가에 가면 상품 배치나 진열도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 나라를 평가하는 두 나라 국민의 시각이나 감정은 상당히 다르지요.
일본 여행을 다녀온 어느 학생은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고 도시도 깨끗하며 음식도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어른들은 일본을 싫어할까요?”라는 질문을 하면서, “일본에 갔더니 사고 싶은 물건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다 있는 것이어서, 열쇠고리 같은 소소한 기념품 몇 개만 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학생의 말은 ‘일본은 싫지 않다’, 그리고 ‘일본과 우리는 대등하며 전혀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MZ세대들은 당연히 일제강점기를 경험하지 못했고, 전해 들은 내용들도 ‘먼 옛날이야기’로 희미할 것입니다. 당연히 어려움 없이 자란 MZ세대들은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도 거의 없고, 능력 면에서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열등감도 전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다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행한 정치적, 문화적 탄압과 경제적 착취, 사회적 억압과 인권 침해와 폭력 등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도 그중 하나입니다. 뿐만 아니라 청일 전쟁, 러일 전쟁, 중일 전쟁, 태평양 전쟁 등을 통해 많은 지역을 점령하고 경제적 착취와 문화적 동화 정책을 강요한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MZ세대들이 느끼는 일본에 대한 감정과 기성세대들의 그것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 격차가 상당히 컸습니다. 그때 일본은 세계 3대 경제 강국으로 우리와는 1인당 GDP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일본 상품들은 선망의 대상이었지요. 전자 제품과 전기밥솥 하나 사기 위해 일본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이 3만 6132달러이고, 일본은 3만 2859달러로 (2024.6.5. 한국은행 발표) 우리가 더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호주의 국책연구기관인 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년 사이 한국은 핵심기술 분야에서 5위권 랭킹 분야가 7개에서 24개로 늘어난 반면, 일본은 32개에서 8개로 축소되어 양국의 순위가 완전히 역전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종합국력에서 한국이 우위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위에서 밝힌 것처럼 일본을 능가하고 있는 부분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게 MZ세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과 한국은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감정’도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두 시각을 분리하여 MZ세대의 대일(對日) 관을 존중하되, 정치적으로는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 문제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의 대일 협상 자세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최근에 음식과 관련한 한국과 일본 간의 ‘원조 논쟁’이 있습니다. 김밥, 김치, 라면, 소바와 국수, 떡국과 오모기 논쟁 등이 그것입니다. 기성세대의 ‘감정’과 위에서 얘기한 음식 원조 논쟁들은 단순히 사실관계나 음식의 기원을 넘어서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적 자부심이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