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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 걸린 '너답게'라는 구호

by 염홍철



학교 교정에 대학 기획처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뜻으로 ‘너답게’라는 구호를 크게 써서 내걸었습니다. 이 구호를 보면서 학교 교정에 어울리는 구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성적이나 규율 등 획일적 평가에 익숙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구호는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특색과 잠재력을 인정하자는 자존적 의미를 지닌 거라고, 나름대로 해석했습니다. ‘너답게’는 남과 비교하지 말고,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메시지일 테니까요.


‘너답게’는 단순히 자유롭게 살라는 자유방임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성을 가지라는 윤리적 의미도 포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되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성찰의 구호가 아닐까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학교 공동체의 구호로 보았을 때 ‘너답게’는 각자의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표방하는 구호로도 읽힙니다. 이는 ‘나답게’와 ‘너답게’가 공존하는 사회, 이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공동체 문화를 지향하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서, 교육이란 누군가를 일정한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답게’는 학생 스스로에게 보내는 자존과 성장의 격려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너답게’는 일상적인 언어로도 보이지만 철학적으로도 ‘자기 정체성’이라는 핵심 개념과 연결할 수도 있겠지요. 일찍이 하이데거는 일상 속 인간들이 타인의 의견에 휩쓸려 ‘비자기성’에 머무른다고 하였는데, ‘너답게’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의 고유한 존재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교정에 걸린 세 글자 ‘너답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글에서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래서 가을은 깨우침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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