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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탐구(2): AI와 종교

by 염홍철



얼마 전 MBC에서 방송된 손석희의 ‘질문들’에 유흥식 추기경이 출연했습니다. 많은 대담 중에 유흥식 추기경은 바티칸에 AI와 관련된 위원회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좀 더 확인해 보니 교황청에 생명 학원이 중심이 된 ‘AI 윤리에 관한 로마 선언’ 등을 수행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방송의 짧은 대화 가운데에서도 관심을 끈 것은 AI와 종교와의 관계입니다. AI의 ‘경이적’ 능력과 관련하여 많은 사람이 AI가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AI는 종교 내부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설교를 하거나 법문을 준비하는 데에도 AI의 도움이 필요하고 종교 교육용 자료에도 AI가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종교학 교육에서도 과제를 설계할 때 생성형 AI를 어떻게 쓸지 연구하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AI의 종교적 가치나 윤리와의 관계입니다. 종교는 ‘인간 존엄’, ‘책임 있는 기술’, ‘평화 지향’ 같은 종교적 가치를 AI로 하여금 설계 등에 반영하는 방향의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AI 윤리를 ‘신학적 인간학’과 연결해 보는 기독교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종교는 AI가 아무리 강력해도 영성이나 자유의지 같은 차원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도구’로서 AI를 강조하고, AI를 신격화하는 시도에는 매우 비판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종교 현장의 영적 돌봄 차원에서 고해성사 봇이라든지, 기도 챗 봇 같은 것들이 실제로 이뤄지나, AI가 주는 진짜 영적 체험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바티칸의 공식 입장은, “AI는 매우 강력한 기술이지만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관계를 대신할 수도 없고 인간의 영성 양심을 넘어서는 신적 존재가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다만 “그만큼 위험도 크므로 종교적·윤리적 기준을 전면에 세워야 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가톨릭과 개신교 또는 불교계에서 AI 시대에 있어서 종교의 대응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공통적인 것은 국내 종교계의 연구에서도 AI를 도구로 보는 것입니다. 인간의 영성이나 양심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종교는 AI를 활용하되, 인간을 더 인간답게 살도록 돕고, 영성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도록 윤리적 경계선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I를 신처럼 여기는 현상에 대해 종교들의 입장은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생기면 종교 전통에서 말하는 ‘우상숭배’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결론짓고 있습니다. “AI는 도구이다. AI를 신처럼 여기는 순간 인간은 책임과 자유를 잃는다.”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 종교들은 공통적으로 아래 5가지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첫째, AI를 스승 또는 영적 권위를 두지 말 것, 둘째, 도구적 유용성으로 적극 활용할 것, 셋째 인간의 내적 경험을 AI가 대신하지 못함을 인정할 것, 넷째, AI를 ‘영적 긴장’을 완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 마지막으로 AI가 ‘관계’를 대신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사람과의 공동체 활동에 연결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AI 탐구(3)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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