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아침단상으로 네 번에 걸쳐 AI에 대한 집중 탐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중도일보> 기고를 통해 ‘AI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이때 결론으로 “AI가 인간의 기술적 능력을 대체하여 인간의 고유 역량이 약화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지능을 확장하여 오히려 ‘인간다움’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와있다”라고 썼습니다. 여기에서 ‘인간다움’의 추구는 인문학의 목표이지요. 따라서 AI에 대한 최종 결론은 인문학과의 결합 가능성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연구들은 AI와 인문학의 관계는 대칭적일 수도 있지만 둘의 결합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둘의 결합이 왜 바람직한 가는 인문학이 AI에 종속되지 않고, AI를 비판·성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사회·문화에 대한 통찰을 확장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I 덕분에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규모의 분석들, 예컨대 수천 년 텍스트, 수십만 이미지 등이 가능해지면서 인문학이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고어(古語), 소수 언어, 유물 이미지 등을 AI로 디지털화하거나 복원·번역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문학적 가치를 지닌 자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이지요. 인문학은 윤리나 정의 또는 권리 같은 담론의 관점에서 AI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편향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를 조명하고 ‘어떤 AI가 인간다운 사회에 필요한가?’를 묻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물론 결합의 위험을 지적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AI가 논문을 빨리 쓰게 해주는 도구 정도로만 소비되면 인문학이 가진 비판성과 자기 성찰의 능력이 약화한다는 우려가 있고, ‘측정 가능한 것만 중요한 것으로 만든다’라는 일종의 실증주의 경향이 AI와 함께 강화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애매함, 모순, 해석의 여지와 같은 인문학의 핵심 가치가 밀릴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 글쓰기, 번역, 요약을 AI가 대신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사유하고 표현하는 훈련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많은 연구에서 반복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연구들은 AI가 인문학을 대체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이 AI와 함께 자기 역할을 새로 정의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AI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입니다. 아무리 상상을 넘는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복합적인 인간의 가치와 절차의 정당성 그리고 공동체 참여 같은 인문학적 윤리를 충족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AI와 인문학의 결합을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 하이브리드 지능이나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