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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May 06. 2024

쓰기 초짜의 고백

나 사용기

대부분의 경우 경험치가 없는 일을 앞두고 하는 가장 무난한 선택은,

역시 선험자를 기웃거리는 것이다. 인맥에 의지하기엔 부끄러움 극복이 안되길래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 등을 듣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용 진도는 나갔는데, '쓰기'인생의 진도는 마냥 제자리 걸음이다.

다음 선택으로 관련 서적을 집어 든다. 영상보다는

'책'만의 고유한 '아무렇게나 페이지 넘기기' 기능이 여전히 매력적이기에.

세 권의 독서를 통해, 그동안 내가 쓰기를 통한 돌아보기가 아닌,

그저 하루/주간/월간 계획만 적고 또 적고 있음을 반성하고,

전문가 경고, 즉 '돌아보기' 없는 기록은 헛짓이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뇐다.

그래서 다음 선택으로 '회고'로 포장한 반성하기를 시작해보니,

그럴싸하다. 뭔가 자아성찰을 한 것 같고,

그것 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다만, 그저 기분만 좋아질 뿐 실생활은 그대로다.

반성이 삶의 변화를 추동하게 만드는 것이 무척 어렵다.

일단은 변화의 바탕이 되어 줄 반성 쓰기를 꾸준히 해야 하는데,

하루하루 쌓인 나의 스토리가 영 탐탁지 않다. 첫날의 뿌듯함은,

달을 채워 모인 기록을 읽던 어느 날, 자책으로 둔갑하기 일쑤고,

후회와 반성만 가득한 기록으로 인해 자꾸만 주눅이 든다.

변화는 고사하고, 계획세우기 동기마저 희미해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쓰고 있다.


결과는 순간이고, 그래서 짧다. 나의 쓰기 이유를 찾아내는 과정은

되게 재미없을 수도, 지루할 수도, 또는 그래서 힘들고, 어렵고,

희한한 장애물로 인해 돌고 도는 길이겠지. 길이 울퉁불퉁 할 수록

미래의 나는 그 모든 순간들이 참 알록달록 했다고

옆자리 친구에게 건넬 무용담을 잔뜩 갖게 되겠지?


그래서 나는 기꺼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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