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나의 글은 독백인가, 방백인가.
경험, 마음, 생각을 문자로 그리는 행위로써의 쓰기는, 까다롭다.
나의 그것들은 대부분이 뭉쳐있고, 하나이다 싶었는데 N의 제곱쯤이 되고.
삐죽거렸다가, 울그락 불그락해서, 도무지 적을 수가 없다.
쓰기 재능 부재만이 이유는 아니고,
뭉뚱그린 사고 덩어리를 쪼개고 구체화하는 기술이 낙후된 까닭이다.
입 밖으로 뱉어서 안 되는 말이라면, 애초에 생각조차 말자 싶다.
말을 골라가며 하기도, 안 하기도, 그래서 다르게 말하기도,
그러한 판단에 이르기까지에도 에너지가 든다.
쓰기에도 그러하고자 애쓰는 중이다.
혼자 쓰고 있으나, 종이 위에, 이 브런치 공간에 문자로 형체화하는 순간,
독백이든, 방백이든, 내 말이 닿는 이를 상정한다.
지난 글들을 읽어보니, 방백이겠다.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만 닿는 이야기인 동시에
내 글의 나 아닌 등장인물들은 내 말을 몰라야 하므로.
역시 쓰기는 어렵다.
이 글은 자백인가 고백인가.
쓰기력 부족함에 대한 변명만 두드러졌다면, 자백이겠지만
쓰기를 향한 진심을 담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 고백으로 읽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