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장(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비한 장비)
1학년 부장뿐 아니라 1학년 담임이라면 필요한 장비를 소개한다.
버티컬 마우스
바닥에 바짝 붙은 납작 마우스로는 수많은 클릭수를 감당할 수 없다. 학기 초에 밀려드는 작업량을 일반 납작 마우스로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클릭 동작 때문에 팔 근육이 지치게 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끝내기 어렵다. 버티컬 마우스 사용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 수 있으나 장시간 사용하면 일반 마우스보다 손목과 상완근 피로도가 적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해도 곧 몸이 적응한다. 10만 원 초반의 로지텍 MX Vertical, 3만 원대의 Stormx VM3와 아이리버 EQWEAR 중 3만 원대 두 제품만 사용해 봤는데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길고, 고장 나면 수리도 빨랐다.
마이크, 앰프
1학년 교실에서 교사는 일 년 내내 지켜지지 않는 규칙을 알려주고, 알려주고 또 알려준다. 복식호흡으로 말을 해도 시끄러운 교실에서 말을 하다 보면 목 주위 근육이 뭉치고, 집중력이 수시로 떨어진다. 목이 아파서 수업 중 예민해지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느낌을 자주 받고 있다면 교실용 마이크와 앰프 사용을 추천한다.
여행 가이드용 휴대용 앰프 말고, 적당한 음량과 고음질을 담을 수 있는 고정형 앰프 사용을 추천한다. 마이크와 앰프를 사용하면 수업 이후에 확실히 덜 지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장비는 피시맨 라우드박스 미니, Shure SM58 조합이고, 마이크 케이블 길이는 적어도 5m 정도는 되어야 칠판까지 이동하기 편하다. 마이크 거치대도 설치해 마이크를 수시로 걸어두는데, 마이크 걸이에 걸어두지 않으면 충격에 예민한 마이크가 바닥에 떨어지는 일이 자주 생겼다. 한때 교실구석 기타리스트가 꿈이었기 때문에 기타 연결하기 좋은 앰프를 구했던 것인데, 1학년 담임이 되면서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다. 인생 모른다.
네임펜
1학년 담임이라면 실물화상기는 가장 많이 쓰는 장비인데, 이때 같이 쓰면 찰떡인 게 네임펜이다. 아이패드, 갤럭시패드를 이용해서 디지털 교과서를 띄워놓고 전용 펜으로 쓸 수도 있으나 글씨체나 필기감은 실물 연필과 펜을 따라올 수 없다. 1학년은 수업 시간에 필요한 책 쪽수를 펴지 못하는 학생이 1학기가 지나도록 있기 때문에 뒷자리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면서, 적당한 굵기로 매끄럽게 써지는 네임펜이 유용하다. 일반펜은 너무 얇고, 마카나 매직류는 너무 두꺼워 부담스럽다.
학기 초에는 교과서 쪽수 쓰는데 주로 네임펜을 쓴다. 한글을 익히고 나서는 차시에 나오는 다양한 사물의 이름을 직접 써보는 활동을 하는데, 학생들이 연필로 쓸 낱말을 네임펜으로 써서 실물화상기로 보여주면 아주 잘 보인다. 얇은 펜만큼 평소의 필체를 그대로 담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눈에 잘 들어오는 시인성이 돋보이는 펜이다.
학기 초에 미리 학습준비물로 네임펜을 준비하고, 한 명씩 이름을 네임펜에 써주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교과서, 물건에 이름 쓰기도 좋고, 교과서 아랫면에 과목 첫 글자만 써놓으면 수업 시간에 서랍에 있는 책을 직관적으로 꺼내 쓰기에도 좋다.
바탕화면 분할과 적정 눈높이
듀얼모니터는 요즘 교실에서 기본이지만 모니터 바탕화면을 기능에 따라 나누어 쓰면 효과적이다. TV와 연결되어 학생들에게 공개되는 모니터 바탕화면에는 실물화상기, 청소시간 음악, 청소 PPT, 규칙 PPT, 받아쓰기 답지 등 주기적으로 쓰이고 공개되어도 문제없는 아이콘들로 채운다.
학생들은 볼 수 없는 개인 화면에서는 내가 먼저 혼자 작업해야 하는 일들은 왼쪽에 배치하고, 협업이 필요한 일은 오른쪽에 배치해 공간을 나눌 수 있다. 부장이면 다른 반 학생들과 엮이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학년 전체 전화번호(주소) 엑셀, 학년 사진 명부 등 협업할 때 필요한 파일이 유선 전화와 가까운 쪽에 몰아놔야 직관적이고 연락하기 편리하다. 추가적으로 업무포털 바로가기 아이콘, 학년 공유폴더 아이콘도 기능에 따라 적당히 묶어 배치하면 자주 쓰인다.
바탕화면 정리는 주기적으로 하는 게 좋은데, 분할된 공간이라도 다운로드한 파일들이 쌓이다 보면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면서 지저분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니터 화면 세로폭의 중간쯤이 의자에 앉았을 때 눈높이와 일치하도록 모니터 높이를 맞춰 써야 오랜 시간 작업해도 덜 피로하고 자세도 무너지지 않는다.
Beeftext
학교 업무를 하면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문구가 있다. 메신저, 업무포털 등에 로그인하기 위해서는 인증서 번호를 하루에도 몇 번씩 입력해야 하고, 자주 로그아웃되는 업무포털 특성상 똑같은 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가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메신저에서는 의례적으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1학년입니다.”, “010-2424-2021(핸드폰번호)”등과 같이 자주 사용하는지도 모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문구가 분명히 있다. 이 문구를 Beeftext라는 프로그램에 저장된 단축키로 호출하면 시간이 절약할 수 있어 1초, 1초 아낄 수 있다. 주기적으로 근무상황에 상신을 올리거나 육아시간을 사용할 때도 장소, 연락처를 입력해 두고 단축키로 불러오면 유용하다. 이렇게 단순 작업이라 자동화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곳에서는 최대한 컴퓨터의 힘을 빌려야 결정, 판단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모을 수 있고, 정해진 시간에 자리를 박차고 퇴근할 수 있다.
홀리데 분필홀더
기존에 쓰고 있던 분필이 잘 안 지워지고, 필기감도 안 좋아서 칠판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전용 분필과 홀더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행정실에 요청해 구입했다. 요즘에는 칠판에 붙는 화이트보드판이 있어서 마커로 쓰거나, 아예 TV와 연결된 화면에 판서를 대신하는 선생님도 많이 계신다. 칠판 제조사에서 파는 분필의 성능은 좋았으나 홀더 2개가 비슷한 시기에 고장 나서 제조사에 문의했더니 그냥 새 제품을 사라는 조언만 해서 고급 분필홀더를 알아보았다.
맨날 쓰는 장비는 좋은 것으로 써야 한다는 주의라 허준이 박사가 수학 문제를 증명할 때 쓴다는 하고로모 분필과 전용홀더까지 찾았으나 학교 칠판과 궁합이 어떨지 몰라 일단 비슷한 홀리데 분필홀더만 주문했다. 학교에서 기존에 쓰던 10mm 육각 분필과 찰떡궁합을 보여줘서 다행이었다. 분필 가루가 묻어나지도 않고, 홀더 자체의 견고함도 좋아서 판서할 때 불필요한 예비 동작이 줄었다. 필기감도 좋았고, 쥘 때도 두툼해서 안정적이었다. 자석으로 칠판에 고정도 되니 분필가루가 홀더에 묻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 칠판 판서로 바른 글씨체를 보여주고 싶은 1학년 선생님에게는 홀리데 분필홀더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