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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부장 Oct 27. 2024

사라진 옆 반 선생님

1.5인분의 파도를 넘는 법

학년 회의는 내부 기안으로 남긴다


  옆반 선생님이 장기 병가를 내고 다음 주부터 출근하지 않는다면 당장 학년 부장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일단 선생님이 개인 신상의 문제나 지병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는 제외하고, 학교 내 문제로 휴직하는 경우 선생님이 추후에 공무상 병가를 쓸 수도 있으므로 회의를 열고 회의 내용을 내부기안 하기를 추천한다. 문제 당사자인 선생님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학교 구성원들도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들여다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데 의의가 있다.     


  병가 기간 동안 들어오는 선생님이 한분으로 정해지지 않고, 임시 선생님들이 1시간씩 들어오는 경우 해당 수업시간에 해야 할 내용을 사전에 알리고 교구와 준비물도 교실에 준비해 놓는 게 좋다. 보통 저학년 보결 수업은 고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전담 교과 시간에 짬을 내서 오시는 경우가 많다. 고학년과 달리 저학년은 활동 중심의 수업이다 보니 교과서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당황하시거나 해당 차시 진도보다 빠르게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수업 내용과 범위를 미리 안내하는 게 다음 교시에 들어오실 선생님과의 수업 연계성을 위해서도 효과적이다.     


  교내 선생님으로 보결 처리를 하다가 이마저도 안되면 시간 강사 모집을 하는데, 보통 1학년 시간강사 자리는 잘 채워지지 않는다. 채워지더라도 본교에 근무하셨던 분이 아니면 예상보다 짧은 시간 근무할 것으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학교와 거주지가 멀다면 시간강사 보수를 받으며 이 거리를 과연 왕복할 수 있을지 합리적 의심을 가져야 한다.     


  일정기간 담당할 담임선생님이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주간학습안내를 공유한다. 특별실 사용시간, 외부강사 수업시간 등을 공유하여야 하며, 온라인 알림장 사이트에서 부담임 권한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담임선생님과 새로 오시는 선생님을 연결한다. 새로운 선생님이 오실 때마다 학년 채팅창에 초대해 학년에서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공유해야 학년에서 진행하는 일에 대해 별도 안내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각종 행정 처리는 부장이 처리하는게 효과적   


  학급 관련 서류나 출결도 임시담임이 바뀌면 학년 부장이 직접 처리하는 게 수월하다. 안타깝게도 별도의 담임수당 없이 업무량만 늘어나므로 그 반의 행정업무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의 순위를 정한다. 법정감염병은 출석이 인정되어 추가로 처리해야 할 서류가 없지만 이외 사소한 병조퇴, 병결석은 경중을 따져 보는 것도 방법이다. 병결 처리를 하게 되면 결석 신고서, 증빙서류, 나이스 출석 입력, 학기말 출석 기타 사유 입력 등 추가 업무가 덩굴째 굴러온다. 감기처럼 사소한 질병이고, 해당 학생이 별 탈 없이 교실로 돌아와 잘 생활하는 것을 확인했으면 공식 기록으로까지 남기지 않아도 무리가 없다.   


  정보 취합이 필요한 경우 온라인 설문지(네이버 폼 등)를 만들어 임시 담임선생님께 링크 주소만 알림장에 올려달라고 부탁하면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모을 수 있다. 기한 안에 제출하지 않는 보호자에게는 바탕화면에 저장해 둔 학년 전체 연락망을 보고, 주보호자에게 전화해 물어보고 입력한다. 경제 상황이나 민감할 수 있는 정보를 물을 때는 학년부장이라고 하면 껄끄러울 수도 있으므로 그냥 업무담당자라고만 밝힌 뒤 확인차 연락드렸다고 하면 다들 기꺼이 대답해 주셨다.     


첫 고개: 성적처리

  마지막으로 성적처리가 남았다. 교실에 직접 들어가서 생활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을 쓸 수는 없다. 기존 담임선생님에게 성적 마감일을 넉넉히 앞둔 시점에 행동특성만 작성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나머지 교과 평가는 임시 담임 선생님께 수준별로 학생을 나눠서 학생 특성에 대해 간단히 써달라고 부탁드려 결과를 받는다. 그 이후에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 결과를 입력한다. 1학년의 경우 지필 평가보다는 관찰평가, 과정 평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임시 담임 선생님의 의견을 바탕으로 대부분 ‘상’을 입력하고, 일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에게만 ‘중’ 정도를 입력하면 왜 이렇게 우리 아이 점수가 높게 나왔냐고 항의하며 점수를 낮춰 달라는 학부모는 없다.     


두번째 고개: 전학처리

  전학처리도 마찬가지다. 학기 초 전학이나 학기말 전학은 상관없지만 학기 중 전학은 별도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출결, 교과 성적, 교과별 특기사항, 행동 발달 사항을 전출 시점에 맞추어 입력한 뒤 전출교 담당자의 확인을 받는다. 다음으로 전입교 학생부 업무담당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친다. 옆반 담임이라 수업 상황에서 대면한 적이 없는 학생에 대한 학생부를 작성하는 게 쉽지 않고, 평가 결과만 보고 일반적인 특성만 적어줄 수밖에 없다. 2023년에 나이스가 개편되면서 전출 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는 시간' 그 자체만으로도 오래 걸렸고, 일 년에 한두 번만 하는 업무이다 보니 한 번에 입력에 성공해 전출에 성공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냥 10번 만에 완성하겠다고 마음먹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전출 업무의 달인이신 교무실무사님의 안내에 따라가면, 복잡하고 지저분한 UI 투성이인 나이스를 탓하면서도 결국에는 전출 처리를 끝낼 수 있다.   

  

  전출교에서 서류 요청이 왔을 때 평소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직감을 했다. 전출교 교무실무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 사정을 말씀드리고 예상 전송일보다 이틀 정도 더해 여유 있게 기다려주십사 부탁을 드렸고, 다행히 알겠다고 하셨다. 예상보다 빠르게 보내드리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렸던 건데, 그 넉넉한 일자도 지켰는지 사실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생겼고 처리는 예상만큼이나 늦어졌다.   

  

  해당 학급 수업만 안 하지 모든 행정처리는 도맡아 하다 보니 1.5반치의 담임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동료를 대신해 그 몫까지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부장'이지라는 아무도 몰라주는 위안을 하며 무급으로 묵묵히 일을 했다. 주한 미군 부대에서 미군 병사들의 승급 시험에 조직 내 소수자인 한국 병사로  같이 참여할 때마다 내가 여기서 왜 미군 이등병의 1/20도 안 되는 월급 받으면서 이러고 있나 복에 겨운 불만을 하고는 했었다. 그때 미군들이 줄기차게 외웠던 “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나는 절대 전투에서 쓰러진 전우를 놔두지 않는다.) ”라는 문구가 내 리더관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나 보다. 전장에서 쓰러진 전우를 반드시 챙겨서 귀환하라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였는데, 경제적 보상은 없지만 학년부장은 이럴 때 1.5인분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아무도 몰라주는 책임감으로 결국 임무를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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