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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니 Jan 14. 2024

대머리가 된 이유

2020년 7월의 기록

여행을 함께 하던 친구가 내 버킷리스트 중 가장 특이한 것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긴 이야기를 나눌 것도 없이 바로 '아 맞다' 라며 답하더니 '대머리로 한국 시내 한복판 돌아다니기' 있었지, 라고 친구 혼자 결론을 내버렸다. 그렇게 그 버킷은 내 수많은 리스트 중 가장 독특하고 용기가 필요한 버킷이 되어있었다.


내가 머리를 밀고 싶은 이유는 다양했지만, 대머리로 한국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니는 것은 오로지 겉모습을 신경 쓰게 되는 한국에서의 나 자신과 대머리인 사람을 보는 다른 이들의 편견을 깨고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나는 어쩌면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대머리로 다녀도 아무렇지 않으니 숨지 말라고.

그 와중, 숏컷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며 다양한 시선의 화살을 맞았지만 오히려 머리를 밀고 나니 그 시선은 더 이상 화살이 아닌 호기심(과 미안함?)이 되어 나를 관찰했다.


어찌 되었건 간에 그 수많은 버킷이라도 그중 하나를 시도해 이룬다는 건 생각보다 더 설레는 일이었다. 그것이 가장 독특한 버킷일지라도.


나는 머리를 밀면서 되려 행복했고, 떨렸고, 많이 웃었으며 설렜다. 아픈 사람처럼 보지 않을까 스크래치라도 내라는 의견에, 그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이 머리로 유지하려 한다.


더 다양한 모습의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리고, 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더 자연스럽게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더 다양한 도전을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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