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가 더 환경 파괴한다고 누가 그래?
커버 이미지 출처: Curology
채식주의와 관련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아보카도가 소고기보다 환경에 훨씬 해롭다'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럴듯한 숫자가 함께 제시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인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명제가 뜨거운 또 다른 이유는 채식주의와 상관없이 그저 아보카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내가 먹는 아보카도가 소고기와는 비교도 안되게 환경에 안 좋다고?'라는 찝찝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을 알아봤다. 아보카도는 정말 소고기보다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
아보카도가 '물 먹는 하마' 수준으로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해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이 있다. 글쎄…. 사실은 어떨까?
아보카도는 나무에서 자란다. 너무 당연해서 언급하는 게 이상할 정도지만 우리는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나무는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한다. 나무의 뿌리는 토양을 침식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아보카도 농장을 멀쩡하게 운영한다면 환경 파괴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한 가지 지켜봐야할 부분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보카도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불법적인 농장 운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보카도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개간하거나 관개를 위해 하천이나 강에서 물을 끌어온다면 아보카도의 탄소 발자국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역시 아보카도 생산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순히 지속 가능성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농장 인증 시스템을 갖출 필요는 존재한다.
아보카도 생산을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막는다면 아보카도 수요 증가는 외려 도움이 된다. 아보카도는 전 세계 아열대 및 지중해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되고 있는데, 판매 성적이 좋은 아보카도 농장은 지역 사회의 생활 수준까지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아보카도 나무는 확실히 다른 나무보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통계에 따르면 아보카도 한 그루를 키우는 데 140리터에서 272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하지만 소고기와 비교하면 이는 적은 양이다.
아보카도 1개의 무게는 약 150g인데, 소고기 150g을 생산하려면 2315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돼지고기 150g을 생산하는 데는 900리터, 같은 양의 닭고기 생산에는 65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아보카도는 버터의 대체식료품으로도 자주 사용되는데, 평균 아보카도 크기의 버터를 생산하려면 무려 833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또 아보카도는 항공이 아닌 해상 화물로 운송되는데, 이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며 실제로 아보카도의 탄소 배출량을 그다지 늘리지 않는다.
해나 리치 옥스퍼드대 통계학 박사는 "(아보카도를) 먼 거리로 배송하더라도 그 탄소 배출량은 현지에서 생산한 동물성 제품보다 훨씬 적다"고 말한다.
아보카도는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미국과 같은 아메리카 대륙부터 모로코, 케냐 등 아프리카 대륙, 스페인이나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재배되므로 비교적 단거리 운송도 가능하다.
아보카도 1개(150g)의 평균 탄소 발자국은 약 0.19㎏ 정도의 이산화탄소 상당량(이산화탄소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농도로 환산한 값)이다.
같은 양의 쇠고기는 4㎏, 양고기는 3.4㎏, 치즈는 3.15㎏, 돼지고기는 1㎏의 이산화탄소 상당량을 차지한다.
고기와 유제품에 비하면 아보카도가 남기는 탄소 발자국은 경미하다.
이제 나의 아보카도 소비가 환경을 해칠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자. 채식주의자를 지적하고 싶다면 다른 주장을 찾아보자.
베로니카 차르바토바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보카도를 즐기는 것은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축산업을 파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