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서점 앞 가로등 아래에서 두 사람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기용은 민아에게 “다음에 또 만나고 싶다”며 연락처를 교환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혹시 다음에 우연히 다시 한번 만나게 되면 그때 연락처를 주겠노라 이야기한 후 눈인사를 하고는 사라졌다.
기용은 그날 밤, 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처럼, 갑작스럽게 마음속에 드리워진 그리움을 느꼈다. 뭔가 결핍된 채로 잃어버렸던 감정들이 서서히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녀로 인해 그의 마음속에서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자리 잡았다. 몇 년 전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첫 시작을 알리는 설렘... 과연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날 이후, 민아와의 대화는 기용의 마음에 작은 불꽃을 피우게 했다. 그가 사랑을 느낄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불꽃이 사라지고 말지 알 수 없었지만, 기용은 이제 더 이상 일만이 전부가 아닌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일주일이 지났다. 기용은 언제나처럼 퇴근 후 다시 서점을 찾았다. 내심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제 막 계산을 하고 나오는 그녀를 마주쳤다. 이번에는 민아가 먼저 기용에게 다가가며 가벼운 인사를 건네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래 알던 사이였던 것처럼 서점 앞을 함께 걸으며, 각자의 이야기와 일상을 나누기 시작했다.
-기용: 혹시 그날 이후로 제가 궁금하진 않으셨나요?
-민아: 아... 서점에 들르면 한 번은 다시 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어요.
기용은 그녀도 내심 다시 만나길 기대했다는 생각에 달궈진 프라이팬 위의 옥수수팝콘처럼 심장이 펑펑 터져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용기 내어 물어본 기용의 질문을 뒤로하고 이번에도 민아는 연락처를 주지 않았다. 그리곤 오히려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민아: “또 우연히 만난다면… 그때는...”
기용은 의아했지만, 민아에게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왠지 이번에는 그녀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들었지만 민아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와 가까워지는 것을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또 우연히 만난다면..."라고 하던 민아의 말은 기용의 가슴속에서그녀의 남은 흔적을 찾는 듯 흔들거렸다. 기용은 두 사람이 마음이 닿는 듯 닿지 않는 거리에서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