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잡념

출근길 - 고요하고 산만한

by 녹장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겨울이지만,

출근길은 유독 더 춥게 느껴진다.

건물을 나와서 골목에 들어서기까지,

좀처럼 사람이 보이지 않다.

모진 추위를 혼자 감내하고

어두운 골목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추위를 이겨내며 골목 끝에 다다르자, 대로가 나온다.

그 사이 동이 텄은지, 제법 밝아진 거리.

대로에는 꽤 많은 차들이 소음을 내며 지나다니고 있었다.

소음. 잔잔한 소음들이 끊임없이 달렸다.

주머니 속의 이어폰을 꺼내려다가, 그 소음이 썩 듣기 싫지 않아서 이내 다시 집어넣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도 서있다.

기다리는 무리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대화는 하지 않는다.

지하철역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고 있었다.

다들 묵묵히, 추위를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잠시 골목에서의 엄살을 반성한다.

세상은 나 혼자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 또한 세상을 만들고 있음에 잠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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