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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룡 Mar 02. 2024

가위바위보는 어려워.

뇌출혈 손 재활기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필자는 수술 후 꽤 한참 지나서야 뇌출혈로 고장 난 몸상태에 대해 자각했다. 손이 고장 났다는 사실은 일반병실 생활 중 휴지, 핸드폰, 숟가락등을 사용할 때 도드라지게 느낄 수 있었는데, 초반엔 손가락의 움직임보다도 감각적인 문제가 컸다. 이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냐면 내가 휴지와 휴대폰을 손으로 잡고 있다 떨어뜨려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죽을 먹다가 따듯한 죽 안에 손을 빠뜨려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병실 생활 할 적엔 내가 수술하고 2주 정도 될 무렵이었으니 몸상태가 최고로 엉망이었을 때이다. 그 당시엔 내 팔과 다리, 손과 발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조차 잘 인지하지 못할 때이니 말이다. 팔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어 오른손으로 왼쪽 팔을 움직여 죽에 빠진 왼손을 꺼내어 식판 아래로 내려놓아야 했다. 일부러 왼손을 움직이려 왼손으로 숟가락을 잡아보려 해도(나는 본래 양손잡이라 왼손으로 수저를 사용하는 데에 능했다.) 죽이 반은 입에 들어가고 반은 식탁으로 떨어지길 반복했다.


이렇게 처참한 시기를 지나 손의 감각과 힘이 조금 돌아오자 휴지, 휴대폰, 숟가락의 사용은 가능해졌으나 아주 투박한 방식으로 가능했다. 이건 아직 손가락의 힘이 완벽히 돌아오지 못하고 미세근육사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래 손 재활이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린다고들 하더라. 어쨌든 대학병원에서 운동치료와 동시에 작업치료를 시작했는데, 손재활의 효과는 나중에 재활병원을 가서 확실히 드러났다. 손 재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어떤 물건을 만지고 집는 것. 만지는 것은 감각을 자극시키고 집어서 움직이는 건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래그림과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저 막대를 전부 다 빼놓은 상태에서 환자의 고장 난 손을 사용하여 구멍에 다시 꽂아 보는 식의 치료를 한다.


저런 기구를 잘 이용하게 되면 저 막대의 크기가 계속 작아지고 또 다른 치료의 방법으로는, 바둑알을 손으로 집어 손안에 세 개 네 개 다섯 개를 쥐었다가 통 안에 집어넣는 식의 훈련을 한다. 이건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바닥의 움직임과 근육을 사용해야 하기에 위에 도구보다 훨씬 어렵다. 필자 또한 하루종일 시도 해본 끝에 간신히 바둑알을 집기만 할 수 있었다. 이다음으로 어려운 건 콩과 팥을 펼쳐놓고 잡고 쥐었다가 통 안에 집어넣는 훈련이다. 이렇듯 훈련하는 물체의 크기가 계속 작아지고 그로 인해 계속해서 손끝 감각에도 자극이 되며 손가락과 손바닥의 미세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팔과 손목도 사용하게 되어 손끝부터 어깨까지 이어진 근육을 다 사용해 줄 수 있다.

그래도 필자는 재활이 아주 어려운 케이스는 아니었던 게 어떤 사람은 아예 손가락이 말려서 펴기조차 힘든 경우도 있다. 또 팔과 어깨의 움직임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나는 팔과 어깨는 손보다 나았다. 사실 필자의 경우도 수술 후 일주일정도가 지났을 무렵, 어느 날에 손가락을 펴기 힘들었던 날이 있었다. 엄마도 나도 갑자기 너무 놀란 나머지 겁에 질려 엄마는 어제까지만 해도 되던 게 왜 갑자기 안되냐며 성을 내고 놀란 나는 전공의분들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울곤 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 "가위바위보"가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수술해 주신 교수님이 주말출근을 하시어 CT촬영을 하고 사진에선 아무 이상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가위바위보"중에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내 손이 정말이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다섯 손가락을 다 따로따로 움직여 보는 것.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가 또다시 하나씩 펴보는 것. 손 전체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폈다가 다시 주먹을 쥐고 힘을 주는 것. 엄지 손가락과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을 하나씩 맞대어 보는 것. 이 모든 것이 다치고 난 직후엔 새삼스럽게 어려운 동작이 되어 매일같이 연습했던 것 들이다. 다치기 전엔 이게 어려운 동작인지 왜 어려운 건지 생각해 볼 일조차 없이 당연히 되는 동작들이었는데, 이런 당연했던 것들을 다시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은 매번 날 절망스럽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었던 건 필자의 경우 완전 마비가 된 것이 아니라 쉽게 설명하면 뇌신경이 치매에 걸렸달까..? 신경이 작동하는 방법을 까먹은 것이다. 그리하여 당장은 되지 않는 동작도 오른손을 써서 일부러 모양을 만들어 주고 유지시키거나, 그냥 될 때까지 질리게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되기도 했다. 하나 이 과정도 눈물 나게 쉽지가 않다.


재활병원으로 전원 후 확 늘어난 작업치료 시간과 함께 나의 손기능도 비약적으로 회복됐다. 몸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시기와 재활했던 것들이 맞아떨어졌는지 이전 대학병원에서 잘 안되던 것도 재활병원으로 전원 하자마자 잘 되곤 했다. 심지어 힘에 있어서는 왼손이 오른손을 뛰어넘기까지 했다. 2주 만에 손기능이 거의 80% 회복됐으니 정말 비약적인 회복이라고 밖엔 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나는 왼손의 기능이 거의 다 회복되었으나 감각이 약간 둔한 상태라 타자를 이전처럼 수월하게 치지는 못한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도 타자연습을 해볼 겸 했던 것이었다. 이렇듯 이전엔 별거 아니었던 행동들이 다치고 나니 재활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 한쪽 몸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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