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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룡 Jul 14. 2024

모야모야병 직간접문합술 6개월 후...

뇌출혈 후유증도 함께...

마지막 글을 올린 지 거의 넉 달이 지났다. 수술을 한지도 반년이 지났고, 얼마 전 뇌혈관 조영술과 스펙트 검사까지 마쳤다. 아직 결과를 듣는 외래진료는 보지 못했지만 살짝 듣기론 검사결과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한두 달 전쯤 찍었던 혈류 CT에서는 수술 후 변화한 나의 뇌혈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나는 직간접 문합술 중 간접술만 성공했지만 운이 좋게도 수술하지 않은 반대쪽 혈류까지 약간 좋아져 있는 상태였다.(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병이 참 특이한 것이 희귀 난치병이면서 정말 백인백색의 병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우들은 자신과 똑같은, 혹은 비슷하기라도 한 케이스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 나는 사실 수술하지 않은 좌뇌의 혈관 상태가 우뇌보다 훨씬 안 좋지만 뒤쪽에서 올라오는 혈류량이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좌뇌는 아직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이다. 


아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사실 평생 하지 않아도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갑자기 좌뇌의 혈류가 확 안 좋아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아직 살날이 많으니..) 어쨌든! 그래도 예상보다 힘들었던 수술이 좌뇌의 혈류까지 좋아지게 해 줬다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었다. 언제나 나의 병을 인지하고 익숙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나의 몸을 관찰하며 잘 보살펴가며 살다 보면 소소한 불행은 올지라도 아주 큰 불행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뇌출혈에 관해 얘기해 보자면 난 재활도 빨리 시작한 편이고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바로 급성기 재활병원에서 한 달을 보내고 나왔다. 이때까지는 내 몸에 특별한 후유증이 남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집에 돌아와 생활하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딱히 거슬릴정도는 아니었던 발바닥의 감각이상이 심해졌고 그것이 저림으로 번졌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 동안 그 저림은 발바닥에서 발 전체 발목 종아리까지 번졌고 발과 발목엔 신경통이 생기기도 했다.


신경통의 종류가 꽤 다양한 것이 신기했는데 일단 내가 느끼는 건 겉 피부의 온도와는 상관없이 발이 매우 시리거나 작열감이 드는 때가 있다. 또 이건 가장 흔한 신경통일 것 같은데 수도 없이 뭔가로 찌르고 날카로운 것으로 베는 것 같은 통증이 올 때도 있다. 신경통 이외에 강직과 경직으로 인한 증상도 있는데 발과 발목에 근육이 뻣뻣한듯한 느낌과 그로 인해 발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있다. 또 다리 전체에 쥐가 날 것 같은 느낌, 압박감 같은 증상을 느껴보기도 했다. 얼마 전 진료에서 교수님이 다리에 아직 강직? 이 있다고 하셨다. (강직이었는지 경직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지금은 저번달 한 달 정도 리리카를 150으로 자기 전에 복용해 보았고 며칠 전부터는 리리카 200에 솝튼정을 하나 추가해서 먹어보고 있다. 리리카만 150을 먹을 때는 사실 별 효과가 없었는데, 솝튼정을 추가한 덕인지 이제야 약효가 나타나는 것인지 요 며칠은 통증이 조금 나은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낮에도 심한 발목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약 복용 횟수를 두 번으로 늘릴 수도 있을 듯하다. 

그래도 통증의 정도가 끔찍할만치 심하지는 않아 다행이다. 어쨌든 약을 먹어서 조절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사실 제일 심한 후유증은 따로 있는데 이건 내가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멀. 미.

이건 수술 후유증이기도 하고 특정 원인을 콕 집기는 어려운데 어쨌든 뇌질환 환자들에게서 종종 생기는 후유증 같다. 퇴원 초기보다는 좀 옅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30분 이상의 거리는 멀미약 없이 가기 힘들다. 컨디션에 따라 어떨 땐 10분만 타도 멀미가 생기곤 한다. 그래도 타자 마자부터 멀미가 나던 초기보단 낫긴 하다. 이 멀미야 말로 제발 하루빨리 사라져 줬으면 싶은데 멀미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향후 집 앞으로 취직하지 않고서야 매일같이 멀미약을 먹으며 출근해야 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 그건 좀 곤란하다. 얼마나 걸릴진 모르지만 그래도 없어질 거란 희망이 있긴 하다. 필자는 본래 어릴 때 멀미가 꽤 심했는데 그 때문에 차만 타면 잠을 잤고(많은 사람들이 모를 수도 있는데 차를 타서 잠이 오는 것도 멀미의 일종이라고 한다.) 비행기 멀미도 심해서 기내식은 입도 못 대고 잠만 잤었다. 그래도 중학교쯤부터는 차츰차츰 약해져서 고등학교땐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고 잠을 자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그럼 다시 멀미가 없어지려면 십 년쯤 걸리려나.?) 뭐 어쨌든 운전은 수술 후 아직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부디 원래대로만 하게 된다면 좋겠다. 모야모야병 환자에게 운전은 그다지 추천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운전을 할 수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많이 다르기에 각자 선택할 부분이지만 난 크게 무리되지 않는 선에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든, 후유증은 그냥 평생 가려니 생각한다. 그래도 난 아직 젊으니 죽기 전엔 없어지겠지.. 하면서... 하하 그래도 지금 난 잘 걷고 잘 먹고 잘 잔다. 이것만으로도 뭐 정상이다! 앞으로도 한동안 글이 뜸할 것 같은데 다음엔 내가 운동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 생각났다. 특별한 건 없지만 소소하게 또 그냥 일상생활, 내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종종 글을 써보겠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써보려 할 때부터 나의 목표는 브런치 북 연재를 하고 완성을 하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마땅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브런치 북의 주제와 내용은 모야모야병이나 뇌졸중등의 나의 건강상태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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