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는 국민의 공복이고 임시직인 걸 잊었습니다.
국민의 생활을 낫게 하려고 월급 받는 걸 잊고 있었죠.
저는 약속을 못 지켰습니다.
대통령의 임무가 뭐죠?
자신보다는 국민을 생각하고 인기보다는 옳은 일에 힘써야 합니다."
선거철이다. 덕분에 하루라도 짜증 나지 않는 날이 없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세상이 그렇게 변한 것인지 모르겠다. 선거라는 것이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냥 정치판 아이돌을 뽑는 행태가 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멀리하게 됐다. 심사위원과 시청자들 앞에 선 참가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자기 역량을 넘어서는 무리를 한다. 오디션 참가곡은 어느 때부터인가 조바꿈이 유행이 되더라. 시원시원한 고음이 없으면 허전하다. 임팩트가 없다고 질타받는다. 오디션 내내 그런 스타일을 듣다 보니 귀와 마음이 함께 피곤하다. 바로 TV를 끄고 Joni Mitchell 같은 가수의 음악을 찾게 된다.
정치판도 마찬가지가 됐다. 정치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튀기 위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했던 약속을 어기는 일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 누가 더 큰 홍보물을 거는지 내기라도 하는가 보다. 도로 곳곳이 거대 현수막으로 울긋불긋 시각 테러 수준이다. 올해 우리 딸이 첫 선거를 치르는데 부모 입장에서 너무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원작 격인(추창민 감독은 죽어도 아니라고 하지만) '데이브' 속 가짜 대통령 대이브의 마지막 연설을 보자. 정치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위 대사 중 중요한 부분의 원문은 이러하다. - 번역하시는 분들 실력이 정말 장난 아니다. -
I forgot that I was hired to do a job for you... and it was just a temp job. And that.. I forgot I had million people... who were paying me to make their lives a bit better. I didn't live up to my part of the bargain. you see? I had to care more about.... I had to care more about.... what's right than I do about what's popular.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은 국민을 위한 직업이고 임시직이다. 수천만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인기 있는 일보다는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뭐 요즘은 인기 있는 일보다도 자기를 위한 일에 더 목을 매는 것 같지만.
유권자라면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올바르게 활동하도록 견제하고 질책해야 하건만, 덮어놓고 빨기만 한다.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생기면 배신자 낙인을 찍고 조리돌림 한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정치인이 잘 못할 리 없다는 헛된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 편은 무조건 옳고 우리 편이 아닌 쪽은 무조건 틀리다는 어긋난 팬심이 나라를 침몰시키고 있다.
아침부터 괜스레 열을 올렸다. 그냥 음악이나 듣자. 영혼이라도 치유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