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그래.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지난해 극장에는 유독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많이 걸렸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엘리멘탈', '스즈메의 문단속',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을 보기 위해 직접 극장을 찾았던 듯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았고 기억에 남는 영화가 바로 '블루 자이언트'다.
이 영화는 만화책이 원작이다. 만화책으로는 이미 '블루 자이언트' 10권,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 11권까지 다 본 상태였다. '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영화는 1 부격인 '블루 자이언트' 내용을 함축해 담았다. 음악이 들린다는 평을 들을 정도인 만화인데 이걸 어떻게 영상으로 옮겼을지, 어떤 음악으로 책의 감동을 전달할지 개봉 전부터 두근거렸다.
이 만화가, 그리고 영화가 특별히 좋았던 건 이유는 '무언가를 저 정도로 좋아했던 적이 있던가? 그 무언가를 위해 저렇게 노력해 본 적이 있던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다이'는 엄청난 노력가인 동시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우연한 계기에 접하게 된 재즈에 미쳐서 어쩌면 허황될 수도 있는 '세계 최고의 재즈 뮤지션'을 꿈꾼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미친 듯이 연습한다. 사람들은 '다이'를 보곤 "대체 얼마나 연습을 해야 저런 연주를 할 수 있는 거야?"라고 혀를 내두르곤 한다.
하지만, 위에 뽑은 대사는 다이의 대사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1부 최고의 캐릭터라 생각하는 '타마다'가 한 말이다.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타마다는 다이의 연주와 재즈를 대하는 태도에 감명받아 뒤늦게 드럼 스틱을 손에 쥔다. 완전 초보자인 주제에 엄청난 실력자인 다이, 피아니스트 유키노리와 함께 팀을 짜서 공연까지 강행한다. 물론 초짜 중 초짜였던 그는 첫 공연을 보기 좋게 망친다. 그렇게 자신의 실력에 좌절하고 눈물을 쏟아낸다. 하지만, 라멘 한 그릇과 교자 몇 개를 먹으며 되뇐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라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노력은 당연히 성장을 동반한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영화 중반 노신사는 공연을 마치고 나온 타마다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좋아지고 있어. 첫 공연으로부터 8개월. 자네의 드럼은 좋아지고 있어. 나는 자네의 성장하는 드럼을 들으러 오는 걸세." 만화책에서 처음 이 대목을 읽었을 때는 눈물이 핑돌정도였다. 그 장면을 영상으로 보니 다시금 눈물이 주르륵.
타마다의 노력은 일본 최고의 재즈 바로 나오는 'so blue(누가 봐도 blue note 클럽이다)'의 매니저에게도 인정받는다. "드럼. 그는 초심자군요. 솔로도 없이 필요한 만큼만 두드린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치고 있었죠. 호감 가는 연주였어요."
타마다에 대한 평이 영화 속에서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한 건 왜일까.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닮고 싶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아무런 재능도 없고 할 줄 아는 건 그저 연습하는 것뿐. 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것을 위한 노력이고 거기에 진정성이 담긴다면 상대방에게 반드시 전해진다는 표현 때문이었을 거다. 물론 실제 사회에서도 영화처럼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가는 거고.
오늘도 사족 하나.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은 1979년 생 일본 재즈 뮤지션 우에하라 히로미가 맡았다. 그래미 상 수상이 아깝지 않은 끝내주는 연주를 자주 보여줘 상당히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