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인형 Feb 14. 2024

왜 우리한테 운영 체제가 있다고 했나?

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영화 '실리콘밸리의 해적왕' 중 대사

"왜 우리한테 운영 체제가 있다고 했나?"



"빌, 왜 우리한테 운영 체제가 있다고 했나?

그런 건 없잖아, 우린 이제 일났어."

"네가 운영체제를 파는 사람을 잘 안다고 했잖아?"


아이들에게 진학이나 미래 꿈에 대해서 강연할 때 반드시 참고 영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둘 있다.

하나는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의 이야기를 다룬 '커런트 워'이고 또 다른 하나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초기 성장 스토리를 다룬 '실리콘밸리의 해적왕'이다. 오늘 뽑은 대사는 그 영화 속 빌 게이츠가 IBM에 DOS 운영 체제를 판매하는 일화 중에 나온다. 바로 IBM에게 자신들이 만든 운영 체제가 있다고 속인 후 몰래 '시애틀 컴퓨터 컴퍼니'에서 DOS를 구입해 되팔았던 희대의 대사기 스토리.


지금 세대에게 빌 게이츠는 어떤 인물일로 여겨질까? 성공한 사업가이자 프로그래머?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을 중퇴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회자되곤 한다. 사실 지금 시대상에서 보면 빌 게이츠는 '양아치' 중 '생양아치'라고 불릴 것 같다. 


창업 초기 정말 별 볼 일 없었던 빌 게이츠는 IBM과 애플 사이를 이간질하면서 이득을 챙겼다. IBM에 가서는 "애플 같은 햇병아리에게 질 거냐?"라면서 자신의 운영 체제(물론 남의 걸 조금 손 본거지만)를 구입하라고 꼬셨다. 반면 스티브 잡스에게 가서는 "언제까지 IBM이 거들먹거리게 놔둘 거냐"라며 자신을 신형 애플 컴퓨터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도록 독려한다. 그리곤 애플 내부에 침투해 당당하게 기술을 빼돌렸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Windows. 스티브 잡스 역시 제록스에서 개발한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보고 훔쳤다고는 하지만, 당시 제록스가 GUI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런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이유가 있다. 단지 성공한 사람들 이면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그건 그냥 부자를 향한 부러움에 지친 비아냥이지. 아이들에게 무조건 최초, 최고만이 성공을 향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최초, 최고가 아니었음에도 성공한 사례는 너무 많다. 증기 기관, 전구, 십자드라이버, 디지털카메라, 그리고 콘돔에 이르기까지. 처음 발명한 사람이나 회사는 전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가능성과 상품성을 알아본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세계를 바꿔놓은 발명품으로 남게 됐다. 


요즘은 너무 '남들이 하지 않은 것', '남들보다 창의적인 것'을 찾는 데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능력이 된다면야 걱정할 것도 아니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하지만, 아직 세상에는 보석이 되지 못한 원석이 무궁무진하다. 그걸 찾아내서 잘 깎아 보석으로 만드는 능력이 지금은 더 필요한 세상이다. 난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길 바랄 뿐이다.


피카소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오늘도 사족 하나. 빌 게이츠는 "내가 대학에서 중퇴했지만 운이 좋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을 계속했다"며 "대학 학위를 받는 게 성공으로 가는 더 확실한 길"이라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밝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