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인정욕구와 성취감을 혼돈했었다. 보통 무언가를 성취하면 남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는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는 인정을 받았을 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에 채찍질과 칭찬이 있다면, 나는 채찍질에 반감을 가지며 칭찬에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래서 남에게 인정받고자 함에 내가 움직인다 생각했고, 그를 포장하기 위해 성취감이라는 단어를 썼었던 것 같다.
완성된 성취감을 얻는 실질적이고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이, 본인에게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잘해나가는 것, 말하자면 조화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 토드 로드 작가의 [집단착각] 中에서
하지만 사실 '진짜 성취감'은 인정욕구와 조금 다르다. 인정을 받지 못할 때도 성취감은 있을 수 있다. 인정을 받을 때도 그 일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다면 성취감이 없을 수 있다.
나는 지금 성취감을 잃고 긴 슬럼프를 겪고 있다.
책에서 읽은 구절과 같이 성취감을 '본인에게 의미 있는 일을 잘해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그동안 나에게 의미 있었던 일은 회사에서 진행했던 한 프로젝트와 이직이었다.
1. 회사 일에서의 성취감
몇 달 전 혼자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 진행했다. 당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나는 꼭 풀어내보고 싶었던 일이었고, 그래서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되었다. 그 과제를 풀어나간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풀어냄에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 시기 나는 회사생활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꼈었다.
운이 좋게도 그 프로젝트는 상사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몇 달이 지난 이제야 대회에서 발표를 했고, 본선에 진출해 인정을 받았다. 축하와 칭찬도 많이 받았다. 오히려지금은 성취감보다는 인정욕구만 충족되는 셈이다.
2. 개인적 성취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수많은 서류탈락을 딛고 얼마 전, 직장인이 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면접의 기회를 얻었었다. 그리고 탈락했다. 지방근무는 내가 삶에서 다음 step을 준비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지금 일하는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이곳에서미래를 준비하고 싶지 않다. 내가 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이직은 내가 다음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위해 꼭 뚫어야만 하는 관문이다. 하지만 반복된 수많은 탈락들로 이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즌이 거의 끝나감에 더 이상 쓸 서류도 없고, 경력과 나이는 계속 쌓여간다.다음 할 일을 잃었고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지금 몇 달째 긴 슬럼프를 겪고 있다. 회사의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마친 이후부터 시작된 슬럼프는, 면접탈락으로 더 심해졌다.성취하는 데에 실패했고, 의미 있는 일을 잃었으며, 다음에 이어갈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성취감에서 원동력을 느끼는 사람이 맞았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인정을 받아도 성취감이 없으니 공허했다. 결국 슬럼프 극복을 위해서는 성취감을 느낄, 새로운, 내게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