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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온 결 Dec 12. 2024

잠들기 전에..

문을 열고 얼굴을 집 밖의 어둠 속에 내밀어본다.

아이들은 아홉 시 조금 넘어서 모두 잠들었다. 남편은 그보다 조금 더 일찍 잠든 거 같다. 아이들이 깊이 잠들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잠시 그 공간에 머물며 허밍으로 자장가 몇 곡을 더 불러본다. 풍선에 공기를 더 채워 넣듯이 공간을 허밍으로 채워둔다. 혹시나 아이들이 깰까 봐 그 공간을 자장가로 꽉 채워두듯 말이다.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라면 이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을 이해할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렇게 자장가로 채워두면 아이들이 쉬이 깨지 못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남편을 재우고 거실로 나왔다.

특별히 할 일은 없다. 청소와 빨래 그리고 설거지는 내일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흐린 눈으로 못 본 척 지나쳐 티브이 앞에 앉는다. 이 시간, 차라리 잠을 자지

쓸데없는 일을 하려 드는 나를 말리는 자가 없다.


하루키도 한강도 열심히 글을 쓴다.

그들의 꾸준함과 성실함을 존경하면서 나는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한참을 앉아 쓸데없는 핸드폰을 뒤적이다 방으로 들어가자 마음을 먹는다. 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밖으로 통하는 작은 창을 열어본다.


창밖으로 또한 의미 없이 고개를 내밀어 찬 공기를 마셔본다.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찬 공기에 몸이 부들 떨릴 때까지 있다가 문을 닫는다. 다시 따뜻한 공기로 차 있는 거실을 지나 아직 내가 남겨둔 자장가 허밍이 떠다니는 방으로 들어왔다.


핸드폰 플래시를 이용해 내 자리를

찾아 소리 없이 누워본다. 잠시 방황하고 들어온 몸을 따뜻하게 반겨주는 공간이다.


이렇게 매일 나는 작은 방황을 하고 들어온다.  


무엇을 찾고자 하는 방황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나를 찾고 싶은데 내가 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글이 나를 잡아주리라 믿어본다.

밤에 끼적이던 글을 낮에 마무리한다.



서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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