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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그대 잠이 오는가

글쟁이가 되고 싶은 밤

by 서 온 결

핸드폰 중독이다.

일단 확인해야 하는 것들은 인스타, 당근, 네이버 카페, 주식, 카톡 그리고 날씨다.


작은 취미라고 해야 하나?

날씨 클릭하고 집 주변 cctv를 확인한다. 습관처럼 보는데, 남들을 지켜보는 관음증 증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자주 다니는 길거리를 cctv로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할 일 없어 보이지만 나름 재미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냥 그 거리가 반갑고 즐겁다. 특히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이면 골목골목에 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화면을 보며 확인한다.


오늘도 아이를 안아 재우고 한 손으로 핸드폰을 보며 이곳저곳 정신없이 헤매다 마무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내일의 날씨를 확인했다. 어맛!! 근데 지금 대곶에 눈 표시가 있지 않는가!! 이 일기예보가 진짜인지 거짓인지 의심하는 버릇이 있어서 아기를 안은 채 마당 불을 켜보았다. 창으로 빛이 들어오자 아이가 품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우악!! 나는 날씨 예보를 믿지 않는다. 그런 불신으로 정말 날씨가 맞아떨어지면 이렇게 혼자 놀라곤 한다. 눈이 올 거라 예보했지만 그 예보를 믿지 않았고 그 예보가 맞았을 때의 변태스러운 놀라움을 어서 글로 옮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찾았다. 아이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깨지 않게 노트북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다니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 새로 산 노트북이라 잘 모셔놨을 텐데 어디에 뒀나? 아니길 바랐지만 노트북은 내 차 앞자리에 벨트를 매고 아직도 앉아 있었다. 아으~ 글은 쓰고 싶고 나가기는 귀찮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이를 깨지 않게 내려놓고 현관문을 열었다. 안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눈이 아름답게 펑펑 내렸다. 바닥에 닿은 눈은 녹아 있었지만 잔디 위에 떨어진 눈들은 운이 좋게도 떨어진 모습 그대로 하얗게 그 모습을 더 간직하고 있었다. 이 넓은 잔디를 포기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순간 때문이다. 남편은 관리가 어려운 잔디를 싹 엎어버리려고 한다. 아이 셋을 키우며 잔디까지 관리하기 녹록지 않아 항상 지저분하고 또 사람을 써서 관리하다 보니 그 비용이 만만찮았던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낭만파 와이프의 입장은 또 달랐다. 아이들이 잔디를 밟으며 크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리고 이 잔디를 깔고 소나무를 세 그루 심을 때 들어간 나의 현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집의 지분이 하나도 없지만 이 잔디만큼은 내 돈으로 하고 싶어서 주식 장이 안 좋았던 그 해 여름 울면서 현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포기할 수 없다. 나의 잔디들. 암튼 그 쌓인 눈을 보며 주차장으로 내려가 노트북을 챙겨 올라왔다. 행여나 새 노트북이 젖을까 옷 안에 집어넣고 올라오는 꼴이란; 눈을 맞으며 이런 정성이면 글쟁이로 먹고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 글 쓰고 싶어서 이렇게 노트북 가지러 다니는 내 모습을 기억하며 좀 좀 좀 열심히 살아보자는 생각을 해본다. 낮이 되면 또 게으름이 몰려와 나의 꿈을 짓밟고 이불속에서나 꿈꾸게 하지만, 밤에 꾸면 되지 않은가!! 나의 꿈 소설가를 밤에 일어나 이렇게 꿈꾸며 살면 되지 않는가!!


어서 글을 마무리하고 차가운 맥주 마시며 창가로 가 펑펑 내리는 3월의 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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