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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가 되면 2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거?

by 서 온 결

40대 중반이 되어보니 갖고 싶은 물건들이 별로 많지 않다.

가진 게 많아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가져보니 그것이 정말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갖고 싶었던 마음을 달래느라 필요했던 거 같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갖고 싶은 것을 갖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더 마음을 쓰고 있다.

어릴 적에 부모님과 친척들이 함께 밥 먹는 것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라리 그 돈을 줘서 더 가치 있는 것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무언가를 사는 것보다 가족과 친척들과 돈을 들여서, 시간을 들여서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진다. 사람들이 어려운 형편에도 여행을 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그래서 내가 로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고민해 보았다.

나는 서재를 만들고 싶다.


우리 집은 2층에 서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2층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100일 갓 지난 아이를 돌보기 위해 1층에 있어야 한다.

또 나의 게으름이 내 몸뚱이를 2층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1층에 나의 서재를 만들고 싶다.

지금은 식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나만의 넓은, 아주 넓은 서재를 만들고 싶다.


커다란 원목 책상 위에 책들을 실컷 널려놓고 싶다.

나만의 질서를 그 책상 위에 실행해 두고 어지러 놓고 싶다.

아이들 장난감을 절대 책상 위에 올려두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만의 나만을 위한 놀이터, 서재를 만들고 싶다.


이게 또 문제다.

이 서재를 만드는데 꼭 로또가 필요한 것이냐는 것이다.

사실 꼭 로또가 되어야 실행가능한 것은 아니라 그저 게으른 나의 몸뚱이를 토닥토닥 위로해 본다.


아이들 등원하면 서재 책상이나 보러 다녀야겠다.

이번 주 로또 맞추기 전에 이렇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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