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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가,말하기

왜 나는 늘 참다가 터질까

by 서 온 결

나는 세자매 중에 둘째다.


언니는 맏이라서 당연했고

막내는 어려서 봐줘야했고

나는 그 중간에서

항상 “착한 딸” 이었다.


서운해도 말하지 않았고,

억울해도 참았다.

말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어릴 때부터 배웠으니까.

내가 한 발 물러서면

엄마도 편하고,

집 안 분위기도 평온했다.


그게 습관이 되고

그게 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를 낳고 살면서

점점 더 자주 터진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도 욱하고

시댁의 시시콜콜 별거 아닌이야기에도

깊은 가슴앓이가 되었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까지 터지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감정이 아니라

억압된 시간의 무게였다.

"괜찮아"라고 덮어놓은 것들,

"이해하자"라고 넘어간 말들,

그 모든 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아무도 예상 못한 순간에 폭발하는 거다.


그리고 항상

그 폭발의 끝은 자책이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그러지말껄"

스스로를 탓하며

다시 눌러 담는다.


함께하는 가족에게는

이것이

악이다.


요즘은 참는 대신,

나를 들여다본다.


화가 난 이유를 생각해보고,

말하고 싶은 걸 조금씩 꺼내본다.


거절해도 되는 상황에선

용기내 "싫어요" 말해본다.


다 해줘도 아깝지 않았던 아이에게도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 받아줄 것 같은 남편에게도

작은 부탁들을 해본다.


그들은 언제나 나의 감정을 들을 준비를 한다.

나만 그 준비를 끝내고 다가서면 된다.


나로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셋째 아이가

걸음마를 연습하듯이.


참지 않고,

흐르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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