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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Feb 13. 2024

35. 집단적 열등감과 수치심.

당신과 나의 고통




관계적 경험


어떤 관계적 경험을 하는가.


사람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자기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좋은 관계를 맺은 경험이 많다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나쁜 관계를 맺은 경험이 많다면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인생의 초기에 좋은 관계나 나쁜 관계를 맺는 대상은 부모나 형제이며 그들과 관계 형성이 어느 정도 끝났다면 이후에는 친구, 연인, 선생님, 직장동료, 선후배 같은 타인들과도 관계를 맺는다.


하나의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이 모인 곳이 국가이다. 한 개인이 자기를 바라보는 자기 상이 관계에 의해 형성이 된다면 우리가 있는 이 국가는 주변국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관계 안에서 어떤 자기상을 형성했을까.


한국은 긴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덩치 큰 주변국들 사이에서 무수히 침략을 겪었고 무릎을 꿇으며 수치의 경험을 했다. 전쟁과 침략을 겪으며 땅은 황폐화되었고 긴 가난을 겪었다. 또 내부적으로는 군사독재를 경험했다.







집단무의식이 형성되는 과정



집단무의식이 형성되는 과정


한 인간이 자기를 바라보는 자기상이 관계에서 형성되듯 집단이 자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형성이 된다. 한국의 역사는 결코 주변국들과 무관하지 않고 국민들의 집단 무의식에 공통된 감정인 수치심과 열등감을 남기게 되었다.


그 결과, 경쟁 사회가 되었다. 삶을 스포츠처럼 이기면 우월하고 지면 열등한 것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배제하는 방식을 취했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경멸을 했다. 노인을 틀딱이라고, 엄마를 맘충이라고,

여성을 페미녀라고, 남성을 한남이라고, 남자에 미친 여성을 남미새라고 여자에 미친 남성을 여미새라고, 가난한 사람을 흙수저라고 하면서 수많은 경멸과 혐오를 열등하다고 여기는 대상에게 붙여가며 배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누군가의 우위에 서려고 발버둥 치는 갑질이 넘쳐났다.


어떤 대상을 경멸하고 혐오하는 행위는 자신에 대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경멸하고 혐오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타인에게 전가한다. 열등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긴 시간 일을 하고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뿌리에는 자기라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열등감과 수치심이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집단 열등감과 수치심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바로 분단의 상태이다. 이 집단적 무의식 안에는 통합적인 정서가 아니라 분열적 정서가 뜨겁게 자리하고 있고 그것이 해결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빠져있다. 노인 자살률, 청소년 자살률, 청년 자살률, 여성 자살률 모두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는 불행하다.


우리는 불행하다.


경쟁과 혐오와 배제의 방식 그리고 분단의 상태는 집단 무의식이 빚어낸 현상이다. 그리고 높은 자살률 또한 그렇다. 이러한 생지옥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반성과 사랑이다. 그러나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려 하지 않는다. 오래전에 이런 광고 카피 문구가 유행했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우리는 이런 고통스러운 현실을 자본주의 뒤에 숨어 회피하면서 살았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최고가 아닌 것들을 혐오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그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무언의 동의를 하면서 많은 양의 음식을 입안 가득 채워 넣고 많은 양의 물건을 집에 채워 넣으면서 끊임없이 타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타면서 살고 있다. 뜨겁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될 것들을 외면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산다고.


한 사람의 불행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불행과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것 또한 배재의 방식이다. 누군가의 가난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 역시 배제의 방식이며 수치심의 투사이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통합적 시선이 아니라 분열적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반성해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

지난 방식이 어땠는지 그 방식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 타인에 대한 미움이 자기 미움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 회피하지 않고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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