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서울살이지만 강남도 아닌 곳에서만 살아왔는데 가끔 내가 너무 '이재가 없나' 싶기도 하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적이 없다면 당연히 거짓이고 내가 너무 바보같이 살았나 싶을 때도 있다.
부끄럽지 않게 남편과 맞벌이하면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이해가 안 갈 때가 많다. 중간에 남편이 사업이 꿈이라 해서 7~8년간 사업이 실패해서 수입이 거의 없었던 때를 뻬고는, 나는 32년 간 성실히 교직생활에 임했고, 남편도 그 기간 외에는 성실하게 경제활동을 했다.
둘 다 월급쟁이라 수입이 크게 많진 않았지만 두 아이 모두 대학 때 부모의 소득구간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중산층에는 속하나 보다 싶었다.
사교육비도 거의 들지 않았다.
지행합일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소신껏 노력했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나름 스스로 자부한다. 공교육교사이고 평소 사교육의 문제점을 많이 말하던 자로서,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방과 후 시간을 돌리기 위해 보냈던 태권도, 피아노학원 등을 예체능 학원 말고는 학원비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딸이 고2 때 갑자기 디자인전공을 한다고 맘먹어서 학교에서는 과정이 없던 미술실기시험 준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미술학원을 1년 반 정도 보낸 것이 가장 큰 사교육비 지출이었다.
내가 집을 소유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IMF가 오기 몇 해 전 추운 겨울밤에 밤새 긴 줄을 서서 성공한 주택조합의 33평 아파트를 딱 4년 정도 소유했던 유주택자였다.
안양인덕원에 있던 조합아파트 분양에 성공한 후 당연히 중도금은 빚을 받아 이자만 갚았다.
그런데 아뿔싸~~!! 한창 공사 중에 그 무시무시한 IMF사태를 만나서 대출이자가 20%를 훌쩍 넘는 믿기 힘든 이자를 부담했다. 공사기간도 지연되어 너무나 힘들었다.
맞벌이라 근근이 버텨내긴 했지만 정말 힘들게 집을 장만한 것이다.
현금이 많던 사람들은 법정최고이자가 40%까지 뛰어서 떼돈을 벌었지만 나처럼 빚이 있는 사람은 정말 빚더미에 앉아서 파산하는 기업이 수두룩해서 정말 힘든 시기였다.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분양받은 아파트가 완성되어 드디어 2001년 서울구로구를 떠나 새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힘든 시간을 버틴 만큼 매우 뿌듯하고 기뻤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나이가 삽 십 대 중반이었으니 지금 상황에 비하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수도권 신도시에 33평 아파트를 장만한 것이구나 싶어 새삼스럽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이재가 없어서인지... 아파트값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이전보다 더 하락세였다.
1년 반 정도 살았는데... 경기도 신도시 초등학교의 심한 치맛바람과 권위적인 학교분위기가 걱정되어 다시 서울외곽에 전세아파트를 구해 이사를 했다.
첫째인 딸이 초등 4학년 2학기, 둘째인 아들이 초등 1학년 2학기 때였다.
이사를 준비하며 남편과 자녀교육문제로 이견이 심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평생 가는 '좋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동으로 가자는 의견이었고 나는 거꾸로 치맛바람과 경쟁교육으로 인한 사교육이 만연한 것으로 소문난 목동을 피해, 경기도와 접한 외곽으로 이사하자고 했고 결국 주양육자이자 교사인 나의 의견을 따라 이사했다.
그런데 지금은 무주택자?... 도대체 언제부터 왜 무주택자가 되었을까?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는데 그 당시 집값이 조금씩 오르는 상태였다.
참여정부는 집값을 잡을 거라 공약했고, 나는 평소 존경하던 노무현정부라면 분명히 약속을 지킬 거라 철석같이 믿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너무나 기뻐서 펄쩍펄쩍 뛰고 축배를 들고 하루종일 학교에서 동료교사들과 웃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좋아했었다.
그만큼 참여정부의 공약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집값이 조금 회복된 터라 집을 팔아서 약간의 상승분으로 이익을 회수하여 빚 없이 살고 싶었다. 그래서 2005엔가 집을 팔았다. 그리고 바로 집을 사지 않은 것이 평생을 두고 '내가 바보였도다'라고 스스로를 자책? 하는 일이 될 줄은 집을 팔아서 빚을 갚기를 선택한 그 당시에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집을 판 후 오름세의 초기에 있던 집값은 말 그대로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상승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무주택자이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허탈하고 허탈했었다.
그리고 빚을 갚는데 집중하지 말고 바로 집을 새로 샀어야 했는데...
나의 행동이 어찌나 후회되고 아쉽고 내가 바보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나는 이재가 없는 운명인가 봐'였다.
정말 이게 나의 이재 탓일까?
이재에 밝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은 왜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지... 정말 이런 현실이 안타깝고 속상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여전히 계약기간이 도래하면... 주인이 나가라 하면 어쩌지?... 전세금은 얼마나 올려달라 하려나?... 걱정을 하고 있는 무주택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유일한 점은...
집을 팔았을 때 같은 부서에 있던 교사가 이모가 부동산을 하는데 얼마 후에 재개발될 거라며... 이모랑 본인도 샀다며 강하게 추천한 광명시 6평짜리 작고 허름한 가건물을 사놓았고... 바로라던 재개발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이주단계를 거치고 있다. 나는 작은 평수의 지분 때문에 25평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랄까? 물론 적지 않은 추가분담금도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정말 나는 태생이... 이재가 없는 운명이었던 걸까요??
무주택자인 것을.... 나의 운명 탓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성실하게 일하고 알뜰하게 일만 하고... 투자 공부?를 게으리한 내 잘못이 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