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이제는 현장전문가인 교사출신 교육감이 할 때가 되었다는 신념으로 도전한 길이었지만 아쉽게 최종경선에서 떨어지며 마쳐야 했다.
민주진보진영 후보로 정근식후보가 결정된 후 진보진영의 당선을 위해 본선거운동에 함께 참여하였다. 서울 곳곳에서 매일 유세차에 올라 서울교육을 지켜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다행히 꼴통보수인 조전혁을 막아낼 수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느꼈던 많은 문제의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선거 이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의제화하고 토론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해야지 생각했는데 믿기지 않는 비상계엄으로 이제야 한숨을 돌린 느낌이다.
11월 한 달은 그간 응원하고 지지해 주신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조언을 구하기도 하며 보냈다. 조희연 교육감의 예상보다 갑작스러운 직상실로 인해 급하게 생겨난 보궐선거라 차분하게 준비할 여력 없이 뛰어든 선거였다. 그럼에도 큰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선거에 참여하며 더 많은 고민이 생긴 듯하다.
교육감이 바뀐다 해도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힘들다고 평소에도 생각했다. 근본적으로 교육감이 가진 권한의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감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감은 유초중등 교육을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이다. 시도교육청의 직접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최종 결정자이자 교육정책에도 목소리를 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의 역할은 가정에서 보호자의 역할과 비교할 수 있을 듯하다.
가정에서 보호자가 어떻게 자녀를 대하고 가정생활에 임하는가에 따라 미성년자인 자녀의 성장은 천지차이로 달라진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말이 있다.
'문제학생 뒤에는 반드시 문제부모가 있다'는 말이다.
각 시도의 유초중등교육도 다소 거칠게 비교하자면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부모가 사회가 자녀에게 미치는 여러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든든한 울타리이자 지지자가 되어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여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것처럼 교육감의 역할도 비슷하다 생각한다.
보호자로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부모가 자녀를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 길러낼 수 있다. 교육감도 마찬가지로 무엇을 어떻게 잘 지원해야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학교현장전문가는 교육감 자질의 "필요조건"이라 생각한다. 건물의 기둥과 같은 필요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집단지성으로 건물을 완성하며 "충분조건"을 채워가야 한다. 기초인 뼈대가 약하다면 튼튼하고 멋진 건물을 지을 수 없을 것이다. 기초를 세우느라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라면 짧은 선출직 임기 내내 기초만 익히다 마칠 수도 있다.
선거판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들이 뒤얽혀 있었다. 한마디로 '아수라판'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생각되었다. 게다가 보궐선거로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선거라 문제는 더욱 심각했지만 해결할 시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