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향한 믿음의 재해석
필자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천주교 신자이다. 나에게 있어, 내가 가진 종교는 신을 향한 믿음, 사랑, 이런 것들을 아울러 나와 떼놓을 수 없는, 나를 구성하는 내 삶의 일부이다.
나에게 있어 성당은, 태어나면 세례를 받고 (출생신고), 나이가 차면 견진성사를 받고 (성인), 주말에는 주일학교도 가고 미사를 드리며(학교), 결혼도 성당에서 하며 (혼인신고), 죽음을 맞이하면 장례식이 거행되는 (사망신고),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일종의 주민센터와 같은 곳이다. 기부금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헌금과 교무금을 세금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친밀함과 소속감, 유대감을 느끼는 것처럼, 나에게 성당은 정말 그런 곳이다. 종교에 대한 숭고한 감정, 의식 이전에 나에게 종교란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종교에 그만큼 친숙한 나에게 있어서도, 신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실제로도, 신을 향한 믿음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나 스스로 조차도 대단히 혼란스러워 하고 어렵게 여겼다. 혹자는 말 그대로 일단 믿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 안 믿으면 지옥에 갈 수 있다는 말 때문에 믿는 사람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믿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거나 비난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 따위는 전혀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니까.) 때로는 그 믿음이라는 것이 대단히 허망하고 보잘것없어 보이기도 하며, 과학적으로 전혀 존재성을 입증하지 못한 존재를 향한 것이기에, 나는 그 믿음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내가 신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곤 하였다. (더군다나, 나는 이성주의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니, 더더욱 그런 혼란에 쉽게 빠졌다)
그러던 와중에,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많은 것들이, 이 책을 읽고 사유함으로서 비로소 조금이나마 드러나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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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고민하는 전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대략 2-30% 정도에 대해서는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신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적인 존재이자 불멸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 존재를 숭배하고 맹목적으로 믿는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신이 주창한 이념과 사상에 근거한 삶을 살아가보겠다고 외친다는 것임을.
세상에는 나는 신을 믿는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예수를 믿는다, 하느님을 믿는다, 하나님을 믿는다, 부처님을 믿는다, 알라를 믿는다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그 종교들의 가르침과 기본 정신을 외면한 체, 자신이 그 종교를 믿기 때문에 구원받았다고 단정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구원 여부를 규정짓고 단정짓는 ((ex) 예수천국 불신지옥) 사람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걸어보려 한다. 내가 마치 신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고,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여 배척하고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 손가락질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 삶을 살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요한복음서 8장 7절)
종교가 진정한 내 삶의 방식이라면, 행정적인 부분(?)에서 종교와 함께 사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그에 앞서 그 종교가 나에게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삶의 지혜와 방식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보고자 한다. 그렇게 살다보면 아직까지 채워지지 않는 7-80%에 대한 미지의 질문들도 채워져나가지 않을까?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마르코 복음서 12장 28절-3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