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담다
저는 평소에도 크고 작은 고민과 걱정을 자주 품곤 합니다. 하루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걱정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그중 일부는 자연스레 사라지지만, 어떤 것들은 아직도 해소되지 못한 채 만성처럼 제 안에 머무르고 있기도 합니다. 이미 지나버린 날들에 대한 후회부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불안까지. 다양한 모습의 고민이 쉼 없이 태어납니다.
참 이상하게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걱정을 내어놓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마에 주름처럼 새겨진 근심 리스트를 함께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요. 괜히 어색한 공감이나 조롱이 돌아올까 두렵기도 합니다. 물론 괜찮다고 여기고 진심으로 들어주는 이도 있고,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하고, 약점을 들춰 농담 삼는 이도 분명 있지요. 그래서인지 제 고민과 걱정은 좀처럼 품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나가기를 꺼립니다.
그런 이유로 문득, "누군가 어디에도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면, 느슨한 관계인 내가 기꺼이 들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고민과 걱정만 이어도 제주도쯤은 너끈히 닿겠지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다른 이의 걱정과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누구나 비슷한 결의 고민과 걱정을 품고 살아간다는 뜻이겠지요.
최근에는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라는 책과 출퇴근 시간을 함께 보내며, 누군가의 진심이 배어든 밀도 있는 문장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운에 이끌려 "여울"의 이메일 계정을 하나 만들게 되었어요. 텅 빈 편지함이 어쩐지 조금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누군가의 작은 이야기로 이곳이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은 많은 생각을 담아 이 글을 남겨봅니다.
yeowul.ow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