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을 뜬 눈으로 팔을 내어드려야 했다.
4:50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취침시간을 충분히 갖기 위해 얼마 전부터 5:30 전후로 기상시간을 늦춰놓은 요즘이라, 5시 전에 눈이 떠졌다는 사실에 눈을 뜨자마자 신이 났다.
얼마나 많은 새벽시간이 주어진 거야 대체 꺅! 오늘 새벽은 얼마나 행복하고 꽉 찬 시간이 될까 설레하며 물을 뜨려는데,
“엄마아.. 허엄 마아..”
5세 둘째도 아닌 8세 첫째의 목소리였다. 잠꼬대라 생각하고 싶어 버텨봤지만 아니었다. 결국 방으로 들어가야 했다.
“팔베개해줘 흑흑..”
둘째가 깨기 전에 조용히 시켜야 하니 얼른 팔을 내어드렸다. 오늘따라 엄마 품 속으로 깊게도 파고든다. 엄마 냄새를 맡고 다시 잠드는 아이.
나의 새벽을 포기할 수 없지. 10분 후 팔 빼기를 시도했다. 꿈틀대더니 더 깊이 파고든다. 1차시도 실패. 성급했어 성급했어.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해 보자. 습습후후 숨을 고른다.
몇 분 후 다시 숨소리가 깊어졌다. 2차시도. 엄마를 꼭 안는 아이. 2차시도 실패.
오늘따라.. 왜..그뤠..?
이렇게 나의 새벽이 날아가는구나 한숨 푹 쉬며 내 품 안의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동그란 얼굴. 뱃속 초음파 사진과 똑같이 생긴 8살 아이. 소중한 나의 첫째의 얼굴.
갑자기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했다.
이렇게 아직도 엄마를 찾아줘서 감사하다. 엄마를 필요로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이렇게 엄마를 필요로 하는 내 아이에게로 와줄 수 있어서, 팔을 내어줄 수 있어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 시작한 감사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렇게 존재해 줘서 감사하다. 어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얼 잘하지 않아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참 감사하다..
내 품에서 자고 있는 아이의 존재가 너무 감사해 두 손으로 꼬옥 안아주었다. 그렇게 뜬 눈으로 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나만의 새벽시간이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평소보다 더 꽉 찬 시간이 되었다. 아이의 존재가 나의 새벽을 꽉 채워주었다.
팔을 빼도 깨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잠든 아이를 놔두고 나와, 품 안에 가득한 아이의 냄새를 맡으며 이 감정을 글로 남기는 이 새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벅찬 감정으로 충만하다.
엄마의 계획이 틀어져 너에게로 쏟아진 이 새벽을 엄마는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글로 남겨. 이 세상에 존재해 줘서, 우주에서 엄마 뱃속으로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