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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errissage Feb 05. 2024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를 보고

직업의 해부 그리고 말 많은 영화

추락의 해부 프랑스 포스터



*이 글은 큰 스포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며칠 전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를 보고 왔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 때문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원래 영화를 보기 전에 별다른 정보를 찾아보고 가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간략한 줄거리도 모른 채 영화를 봤다. 원제목은 <Anatomie d'une chute> 추락의 해부 그대로이다.


영화의 첫 씬은 여성들의 대화소리, 집 내부 계단을 굴러 떨어지는 공과 그것을 쫓아 내려오는 강아지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간결한 포스터와는 다르게 정말 대사가 많은 영화였다. 영화를 많이 봤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대사량이 엄청났다.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고 법정신이 대다수이다 보니까 불어 듣기 공부로 굉장히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혹여 피곤한 상태로 영화를 보러 간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두 시간 동안 잠들고 싶지 않다면 꼭 커피라도 마시고 보러 가길 바란다.



영화 속에는 크게 변호사, 검사, 작가라는 직업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 세 직업을 해부하는 영화 같기도 했다. 그 밑바닥을 보여주는. 가벼운 변호사(사건이 끝나고 그 가벼움은 가장 크게 보인다), 소설책의 구절까지 인용하며 악마같이 집요하게 의심하며 물어뜯는 검사, 뻔뻔하게 거짓말하고 남편의 아이디어를 가져간 치졸한 작가. 나도 여기에 글을 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제일 별로다.



아들에게 시력 문제가 있는데, 내가 둔한 건지 영화 초반에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 지나서 대사로 시력을 잃게 된 상태라고 말해줘서 알게 됐다. 아들이 추락한 아빠를 발견했을 때 바로 소리를 치지 않은 건 죽었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인 줄 알았다. 내가 그 정도로 둔한 건지.


특이하게 기억에 남는 연출은 영화 중간에 참여 스태프의 정보가 나온다. 그것도 꽤나 존재감 있게.

극 중 몰입을 저해하는 조금 특이한 구조이긴 하지만 이 또한 의도된 배치 아니겠는가.

그리고 중간중간에 사진들로 영상을 채우기도 한다.



아들의 주장이지만, 아빠가 죽기 전에 차 안에서 아들에게 해준 말을 생각해 보면 아빠는 분명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이 사건과 법정에서 밝혀진 진실들로 아들이 받았을 충격과 살아가면서 겪을 슬픔이 가장 걱정되었다.


여러모로 좋은 자극을 받고 온 영화였다. 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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