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다.
이제는 생일이라 해서 뭐 그리 기대되거나 설레거나 하지 않는다.
딱히 필요한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다.
출근 전, 후루룩 마실 수 있는 미역국 한 그릇에 배부르고
"아빠 생일 축하해요" 떠드는 아이들의 지저귐에 귀부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충만하고, 더없이 충분한 생일인 것 같다.
내친김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자.
오늘의 나는
어디 한 군데 아픈 몸 없고,
돈 문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도 하지 않는다.
감사하자.
오늘의 나에겐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이 있고,
헛헛하고 무료함을 함께 해 줄 친구들도 있다.
감사하자.
감사에 감사를 더해보니 경사 같은 생일이 되어간다.
경사 같은 오늘은
목적과 목표, 도전과 성공, 근성과 투지처럼 나를 파고드는 단어들보다
아침과 저녁, 아내와 아이, 친구와 이웃처럼 내가 바라보는 단어들을 껴안아 보자.
날씨가 바뀌는 것도 느껴보고,
풍경이 변하는 것도 관찰해 보고,
동료들의 표정에도 눈길을 둬 보자.
이런 여유있는 마음으로
잘 차려놓은 나이 한 살을 맛있게 꿀꺽 집어삼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