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 며칠의 연차 휴가를 붙여서 열흘 넘게 내리 쉬었습니다. 평소 해 오던 사소한 루틴들을 모조리 모른 척하고, 먹고 자는 것에 온전히 집중했습니다. 허리가 아플 때까지 뒹굴거렸고, 머리가 멍하고 눈이 따끔거릴 때까지 유튜브 쇼츠를 봤습니다. 정말이지 휴가 기간 내내 도파민이 풀충전 되었습니다.
일기도 쓰지 않았고, 운동도 하지 않았고, 브런치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숨 쉬고, 먹고, 배설하는 일에만 약간의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습니다. 고향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면서 세상 게으르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갔습니다.
처음 며칠은 제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안락했습니다. 그러다, 일주일쯤 지나니 몸은 편한데 마음 한편에 약간의 불안함이 일었습니다.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나만 도태되고 있다는 조급함이 들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뭘 하겠다고 꼼지락 대진 않았습니다. 이미 놀먹, 자먹에 몸이 잘 적응했으니까요.
열흘이 넘게 지났습니다. 이제 휴가도 끝물입니다. 출근해야 하는 날이 다가옵니다. 군대에서 14박 15일 일병 휴가를 마치고 복귀할 때 느꼈던 두려움도 같이 다가옵니다. 순식간에 입맛이 사라지고, 무한 도파민을 제공해 주던 유튜브도 손이 가지 않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운동을 하고, 회사일을 하고, 집안일 할 생각을 하니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이 글이 일상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젖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끄적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