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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flo Mar 30. 2024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자전거 여행_나이테와 자전거 / 김훈>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나이테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물로 변해 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부는 무위(無爲)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한 수직으로 버티어 준다.
사실 존재 전체가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나무는 죽는다.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

- <자전거 여행_나이테와 자전거 / 김훈>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어떻게 무위는 존재의 뼈대가 될 수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떻게,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것이 될 수 있는가.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때는 바로 이 문장이 내 인생의 모토가 될 것을 확실히 알았다. 물론, 느낌으로만. 감으로만.
그 다음에는 천천히 문장을 몇 번에 걸쳐 곱씹어 보았다. 감으로는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데 이걸 말로, 글로 설명하라면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테지.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우선, 무위와 존재를 나누어서 해석해보았다. 

존재의 뼈대 즉 존재의 근원, 근거, 흔적이라는 건데 뼈대처럼 단단하면서도 그 출처(근원)가 분명한 흔적.

존재란 그런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생긴 것 처럼 그저 존재하지만 실은, 흙에 씨가 뿌려지고 영양분을 받아 힘들게 힘들게 수없이 많은 멸망의 위기를 간신히 버티어 내어 싹(근원)을 틔워 밑동과 기둥(뼈대)을 튼튼히 하고 나이테라는 흔적(세월)을 남기며 나무(존재)가 되는 것. 그 모든것이 화합되어 존재 그 자체로 있이다.

나무의 큰 줄기 기둥의 중심부는 이미 무기물, 활동하지 않는 무생명체의 상태이다. 존재의 근원과 세월 그 모든 것이 중심부에 흔적으로 남아있는데 그곳은 이미 무위와 적막의 나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무위는 묵묵히 나무(존재)의 뼈대로서 버티어준다.
무위(뼈대, 기둥)가 없다면 나무는 존재할 수 없다
자, 이제서야 무위는 존재의 뼈대라는 문장이 조금 더 실존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지나간 어제를 아까워하거나 실수를 후회하기도 한다. 그 실수만 없었어도. 어제가 조금만 더 나은 하루였었어도.
실은, 어차피 언젠가는 할 실수였다는 것을 어제는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하루였다는 것을 알지 못해 하는 후회일것이다.
지나간 어제의 시간들은 다시 되돌아가도 '그 순간 나'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그 속에는 지나간 서사가 있다. 경험이다. 배움이다.
우리의 나이테가 모든 것을 증명해준다. 나이테가 없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사람은 제외할수도. 아.. 그건 사람이 아니려나)
어제가 미치도록 후회스러워도 어제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배움이 없었다 한들 어제의 실수가 없다면 오늘의 내가 다시 실수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어제의 실수는 배움이 맞다.
어제의 하루로 인해 나는 후퇴와 전진을 결정할 지혜를 얻었고 또 한번의 나이테가 새겨졌고 또 새로운 내가 되었다.
지나간 어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그 무위는 오늘의 나의 존재의 이유이다.
나의 피와 살이 된 것이다. 뼈대가 된 것이다.


지나간 나의 시간과 노력들은, '무위는',
이미 생명이 거의 꺼진 무기질의 상태이지만 오늘의 나의 근원의 정신이다.
나의 존재 그 자체이다.



나의 무위는 가끔 쓸모없게 느껴져 차라리 버리거나 무시해버리고 싶지만,

나는 나의 무위라는 뼈대 덕분에 지금 이렇게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나의 무위 덕분이다. 그러니 나는, 무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이미 지나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치부해버린다면 나의 무위가 너무 안쓰럽지 않은가. 나의 존재의 이유가 너무 작아지지 않는가.

지나간 나의 시간과 노력들은, '무위는', 이미 생명이 거의 꺼진 무기질의 상태이지만 오늘의 나의 근원의 정신이다. 나의 존재 그 자체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오늘의 이 모든것도 내일이면 무위가 된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의 존재의 근원이다. 뼈대이다. 위이다.
그러니 나라는 사람의 전부인 무위를 원망하거나 부정하지 말자.


무위는 나(존재)의 뼈대임이 분명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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